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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남동 씨알콜렉티브에 전시된 신제현 작가의 ‘함박무궁화’. 관객은 신 작가가 만든 향수를 직접 뿌려 볼 수 있다. 씨알콜렉티브 제공

모니터 화면에 무궁화와 북한 국화 함박꽃을 합성한 ‘함박무궁화’가 나타났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의 국화(장미, 해바라기, 모란, 매화)에서 채취해 만든 ‘통일향수’도 있다. 북한에서 흘러온 강원 고성의 바닷물을 끓여 만든 ‘북한 맛’ 소금도 있다. 한때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던 강원 양구를 떠오르는 관광지로 안내하는 동영상 강의도 나왔다.

통일 대비 맞춤형 상품 전시장을 연상시키는 전시 ‘오염’이 서울 연남동 씨알콜렉티브에서 열리고 있다. 신제현, 강준영, 최선, 컨템포로컬, 쟌 문, 요하나 비스트롬 심즈 등 국내외 작가들이 분단이 개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오세원 디렉터는 ”분단에 따른 물리적 오염뿐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 심리적 오염을 다룬다”라며 “이를 통해 평화통일이 진정한 해방이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덕에 재미있고 쉽게 남북관계를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미국 뉴욕에서도 열린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최은영 큐레이터는 “분단상황은 흔히 정치적 이슈로 다뤄지지만 분단이 가져다 준 삶의 변화와 상처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예술이다”라며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넘어 전세계가 이 상처와 오염된 삶에 공감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8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세계한민족미술대축제’에 전시될 북한 최정욱 작가의 ‘겨울의 백두산’. 풍경과 초상 등 다양한 북한 미술을 접할 수 있다. 한민족미술교류협회 제공

최근 남북관계가 평화 무드로 급변하면서 남북관계를 다루는 전시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예술 교류가 남북을 더 친밀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단순히 물리적 교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당장 북한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등장했다. ‘조선화’ 등 북한 작품 20여점을 전시한 광주비엔날레의 ‘북한미술전’이 대표적이고, 이어 8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마련된 ‘세계한민족미술대축제’에서도 북한 작가의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풍경, 초상 등을 그린 북한의 젊은 작가들의 유화 작품으로 체제 선전 미술로만 알려진 북한 미술의 다른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윤범모 총감독은 “북한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양국의 다양한 예술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보낸 유년기 기억과 경험 등을 녹여낸 실향민(탈북) 작가의 작품들도 재조명 받고 있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는 북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실향민 화가 이동표의 ‘달에 비친’전이 열리고 있다. 박춘호 학예실장은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시를 찾는 이들도 평소보다 많다”고 했다. 2002년 월남한 선무 작가도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그린 초상화로 내달 국내 개인전과 내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개인전을 잇따라 준비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경기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방명록을 쓰고 있다. 뒤에 걸린 작품이 백두대간을 그린 판화가 김준권 작가의 ‘산운’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남북 정상회담에서 언급됐던 작가들도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경기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 걸려 있던 판화(‘산운’)에 이목이 쏠리면서 김준권 판화가의 작품 수요도 늘어났다. 최근 김준권 판화가의 개인전을 열었던 롯데갤러리 측은 “대중성을 생각해 김준권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게 됐다”라며 “전시에 출품됐던 작품 상당수가 판매됐다”고 말했다.

오세원 디렉터는 “분단, 통일, 북한 등 다양한 소재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물리적 교류에 그치거나 정치적인 맥락에서 예술이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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