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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 동물원 내에 있는 제럴드 더럴 기념관 입구. 그의 글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대 동물원의 네 가지 역할은 전시, 연구, 교육, 보전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멸종위기종 보전은 동물원이 가장 나중에 얻은 역할일 것이다. 언제부터 동물원이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영국 저지동물원(Jersey Zoo)에서 그 기원을 찾았다. 저지동물원은 영국 남쪽 한적하고 아름다운 저지섬에 자리 잡고 있다. 동물원 입구에는 이 동물원의 도도새(모리셔스섬에 서식했던 멸종된 새)의 뼈 박제가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저지동물원의 설립자이자 야생동물보호가,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럴드 더럴의 동상이 있었다.

더럴은 젊은 시절 동물원에 동물을 파는 일을 했기 때문에 야생을 돌아다니며 온갖 동물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 중 야생동물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멸종위기종을 동물원에서 키워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동물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식지 보전에도 최선을 다했다. 지금은 많은 동물원들이 이런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생각은 학자들과 동물원 양쪽 모두에게 비웃음을 샀다.

당시 동물원들은 우표 수집을 하듯 동물을 모았다. 하지만 그가 만든 동물원은 달랐다. 우선 동물들이 많지 않았다. 사자, 코끼리, 기린, 펭귄 등 인기 있는 동물도 없었다. 대신 저지동물원은 멸종위기종 복원과 서식지 보전에 집중했다. 더럴은 1995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더럴이 생전에 세운 더럴 야생 보전 기금이 그의 열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기금을 통해 브라질,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도 보전 센터를 세우고 현지인들을 고용한 보전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특히 모리셔스황조롱이, 모리셔스분홍비둘기 등 멸종위기종의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들을 되살렸다. 또 동물원 내 교육 센터에는 지금까지 137개국에서 온 5,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멸종위기종 관리와 서식지 회복에 대해 배웠다. 그의 노력은 서서히 다른 동물원으로 퍼져나가, 지금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의 수많은 동물원들이 보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동물원들이 과거에 머물러 보전에 관심이 없었다면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뀐 지금은 살아남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 이미 그러한 구식 수집형 동물원들은 많은 이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새로운 종을 동물원에 들여오는 것도 예전처럼 환영 받지 못한다. 더럴은 오래 전부터 동물원에 심폐소생술을 했고 중요한 임무를 주었다. 단순히 동물원 동물들이 새끼를 낳은 것이 보전은 아니다. 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의 유전적 다양성과 서식지 보전, 그리고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 세계 동물원에 매년 6억명이 방문한다. 동물원은 방문자들이 이 보전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동물원의 정당성을 알릴 임무가 있다. 이 임무를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동물원의 미래가 달렸다.

저지동물원 내 아프리카 고릴라 보전에 참여해달라는 설명판.
100년전 영국 저지섬에서 멸종한 붉은부리까마귀를 번식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야생적응훈련장소.
짖는원숭이, 코아티, 안데스곰의 야외방사장.일반 동물원들이 동물을 가까이 전시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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