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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의 대체복무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복무 기관과 분야, 형태와 심사기구 등을 놓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맞서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주로 예정했던 대체복무제안 발표를 연기하고 다시 여론 수렴에 착수했다.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내는 지혜가 요구된다.

당초 국방부 안은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육군의 2배인 36개월로 하고,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합숙시키는 내용이었다. 대체복무 심사 기구는 국방부 산하에 두는 것을 검토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역 복무의 1.5배 이내, 복무 분야를 의무소방, 치매노인 돌봄, 장애인 활동 지원 등 사회공공 분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사기구는 총리실 산하나 행정안전부 등에 독립적으로 둘 것을 요구했다. 5일에는 민변 등 55개 시민단체가 정부의 대체복무제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역 복무자들과의 형평성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국방부와 징벌적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제각기 일리가 있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헌법재판소에 이어 양심적 병역 거부에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인정해야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거나 ‘우리 공동체에서 다를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는 판결문은 대체복무제 역시 그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개인의 양심을 존중받으면서 시민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의 36개월 교정시설 합숙안은 종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1년6개월형 선고를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것과 비교할 때 기간만 늘린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존 병역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금지협약에 위반돼 국제적 신뢰가 훼손되고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역 복무자들의 박탈감이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대체복무자를 차별하는 징벌적 제도가 돼서도 안될 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대 변화에 걸맞은 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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