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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18> 할라입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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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국경선은 자를 대고 그린 것처럼 반듯하다. 유럽 열강들이 1884년 베를린 회의를 계기로 편의에 따라 대륙을 분할한 탓이다. 직선 국경선은 때때로 국가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는데, ‘할라입 트라이앵글’(Hala'ib Triangle)분쟁 역시 그 중 하나다.

이집트와 수단 국경지대에 형성된 삼각형 모양의 땅, 할라입 트라이앵글은 면적 2만580㎢로 홍해에 인접해 있다. 1899년 제국주의 시절, 영국은 이집트와 수단을 보호령으로 통치하면서 북위 22도선을 경계로 두 지역을 나누었다. 이에 따라 경계선 기준 위쪽의 할라입 트라이앵글은 이집트 영토로, ‘비르 타윌’이라 불리는 아래쪽 지역은 수단에 속하게 됐다. 하지만 3년 뒤 영국은 새로운 행정 경계선을 그었고, 할라입 트라이 앵글을 수단 영토로 편입시켰다. 이 지역이 이집트 수도 카이로보다 수단의 수도인 하르툼에 더 가까우므로 하르툼에 있는 영국 총독의 관할 하에 있는 것이 영국 입장에서는 더 수월했기 때문이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수단과 이집트는 할라입 트라이앵글과 함께 경계선이 엇갈린 ‘비르 타월’에 대해서도 영유권을 주장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지리적으로 할라입 트라이앵글은 홍해와 접하고 있어서 비르 타월보다 전략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홍해는 원유 수송의 주요 항로이자, 상당한 석유도 매장되어 있다. 그래서 비르 타월은 사실상 이집트가 점유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두 나라 모두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국제법적으로는 ‘무주지’ 상태로 남게 됐다.

비르 타월과 달리 할라입 트라이앵글은 1956년 수단이 영국령으로부터 독립하자 곧 영토분쟁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집트는 1899년 경계선을, 수단은 1902년도 행정 경계선을 기반으로 영유권을 주장했다. 1990년대까지 양국은 첨예하게 다퉜다. 이집트는 군대를 파견하기도 했으며, 수단은 유엔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1991년에는 수단이 홍해 연안의 석유 탐사권을 캐나다 업체에 양도했는데, 이집트의 거센 반발로 충돌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결국 2000년 수단은 이곳에 주둔시킨 군대를 철수했고, 현재 이집트가 실효 지배 중이지만 수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6년에는 수단 외무장관이 공식적인 영유권 협상을 재요구했지만 이집트는 또다시 거절했다. 현재 수단은 국제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한 후 이집트산 농산물을 받지 않는 등 나름의 경제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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