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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5월 행정안전부 소속 A 사무관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 정책 제안 수렴 목적으로 설치한 ‘광화문 1번가’에서 일하게 됐다. A 사무관은 컨테이너 2개를 연결해 만든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 임시 사무실에서 국민들의 정책 제안을 듣고 정리하는 현장 상담업무를 맡았다. 주 6일 근무에 하루 평균 10건 정도 상담을 처리했는데, 행정부나 사법부에서 만족스런 답을 받지 못한 민원인들이 주로 찾다 보니 욕설을 듣는 등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았다.

급기야 한달 뒤 고령의 민원인을 상담하다가 어지럼증을 느낀 A 사무관은 화장실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이에 A 사무관은 “과도한 업무로 생긴 질병”이라면서 공무상 요양 신청을 냈지만 공무원연금공단 및 인사혁신처가 연달아 신청을 기각하자 소송을 냈다. 공단 측은 “A 사무관의 질병은 체질적 이유 또는 지병 등이 복합 작용한 것이며, 공무상 피로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격무와 스트레스가 뇌경색 발병에 영향을 미쳤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면서 공단과 인사처의 재심 결정을 뒤집고 A 사무관의 손을 들어줬다. 심 판사는 “개방된 컨테이너에서 종일 민원 상담을 하는 것이 통상적 근무 환경은 아니다”면서 “각종 행사가 열려 상당한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는 곳에서 민원인들과 하루 종일 대화하면서 귀가 울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심 판사는 △민원인들에게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곤란함과 답변에 불만족한 민원인들의 욕설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내근 업무를 수행하던 A 사무관에게 현장 상담업무가 익숙한 업무로 보이지 않는 점 △지인들에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수 차례 호소했던 점 △평소 철저한 건강관리로 다른 발병 원인을 찾기 힘든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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