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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여 환자, 증상 없어 발병 몰라 목숨 위협
잠재 환자 70%…”이유 없이 숨 차면 의심”
게티이미지뱅크

“이유없이 숨이 찬 증상이 계속되거나 실신, 가슴통증이 생기면 심장초음파검사로 확인해야 한다.”(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가족 도움이 필요한 병임에도 가족이 병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최정현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폐고혈압’에 대한 말이다.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문제가 생겨 폐동맥 내 혈압이 높아지는 병이다. 지난 2일은 제7회 ‘폐고혈압의 날’이었다.

‘폐고혈압을 이기는 사람들’ 자문위원장인 장혁재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폐고혈압은 폐동맥압이 평소 25㎜Hg 이상, 운동할 때에는 30㎜Hg 이상일 때”라고 했다.

대표적인 희귀 난치성 질환인 폐고혈압은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고 약을 먹으면 합병증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고혈압과 달리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이 3년가량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다.

폐고혈압 가운데 폐동맥 고혈압은 국내 환자가 5,000명 정도로 적다. 하지만 예후가 좋지 않다는 췌장암의 5년 생존율(2~3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실제 치료받는 경우는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지만, 병을 잘 몰라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다. 폐고혈압 환자 중 절반가량이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병을 진단받기까지 2년 넘게 걸린다(질병관리본부).

폐고혈압 자체에 의한 임상 증세는 거의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심박출량이 줄어 들어 호흡곤란이 오거나,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전신 무력감, 현기증 등이 나타나며, 심하면 실신하거나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 폐고혈압 환자의 사망원인은 대부분이 돌연사일 정도로 치명적 질병이라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20~40대 환자가 많고,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걸린다. 진단 후 중앙 평균 생존기간은 3년 미만이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제가 나와 20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도 나타나고 있다.

장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의 생존율은 1990년대 말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크게 좋아졌다”면서도 “국내 환자의 생존율은 질환에 대한 인지도와 진단이 늦어 치료제 개발 전인 1980년대 미국 환자와 생존율이 비슷할 정도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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