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전립선암엔 합병증 적은 브라키테라피를"

입력
2018.11.05 23:4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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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전립선 모두 잘라내는 수술

요실금ㆍ발기부전 부작용 등

방사성동위원소 삽입 치료법

시술 다음 날 일상생활 가능

여러 치료법 중 10년 생존율 1위”

‘한국인 암 7위’ 전립선암 치료에 수술이 능사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립선암이 ‘순한 암’(글리슨 점수 6점 이하와 7점 중 일부)일 때에는 수술보다 브라키테라피(brachytherapyㆍ근접방사선치료), 외부방사선치료, 능동적 감시(active surveillance) 등 다른 옵션을 택하는 게 좋다. 수술이 암환자의 건강을 오히려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국내 최초로 브라키테라피를 도입해 최근 500례를 달성한 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브라키테라피는 전립선에 방사성동위원소 물질을 넣어 치료하는 방법이다. 2018년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ㆍ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서 추천한 유일하게 전립선암 치료법이다.

-전립선암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전립선암은 전립선특이항원(PSA)검사라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조기 발견하려면 50세가 넘으면 1년에 한번 PSA검사를 하는 걸 추천한다. 특히 가족 가운데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고위험군이므로 PSA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처럼 초기 증상이 없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3, 4기로 악화된 상태일 경우가 많다. 소변 줄기가 가늘거나, 자주 마렵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노화 현상의 하나로 대수롭게 여기지 말고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일단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면 병기(病期)ㆍ나이ㆍ몸상태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정할 수 있다. 다른 암과 달리 전립선암은 진행이 느려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고 기대되면 완치를 위한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조기 전립선암의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관찰요법, 전립선 적출술(로봇수술), 외부방사선치료, 브라키테라피 등을 꼽을 수 있다.

초기 전립선암은 암 병소(病巢)가 전립선 안쪽 일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전립선 전체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로봇수술 등 현재 전립선암 수술법으로는 전립선 일부만 제거할 수 없기에 전립선암 초기라도 전립선을 모두 잘라낼 수 밖에 없고, 요실금ㆍ발기부전 등 합병증을 피하기 어렵다.

전립선적출술의 합병증을 피하려고 외부방사선치료를 할 때도 전립선 전체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방사선이 넓게 쪼여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현재 전립선 부위만 부분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고집적 초음파(하이푸), 냉동치료, 브라키테라피((brachytherapyㆍ근접방사선치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브라키테라피만 유일하게 2018년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전립선암 치료법으로 추천되고 있다.”

-브라키테라피란 어떤 치료법인가.

“일종의 방사성동위원소 삽입술이다.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 125가 함유된 미니 티타늄칩 70~80개를 1㎝ 간격으로 전립선 암 부위에 넣어 방사선을 쬐는 치료법이다. 요오드 125는 60일이 지나면 50%, 6개월까지는 12.5%가 남아 있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접한 암세포 덩어리를 죽인다. 한번 시술로 치료가 종료돼 다음날 곧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 환자 만족도가 아주 높다.

전립선암은 지름 1~2㎝, 작은 것은 0.5㎝가량의 암세포 덩어리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병소가 한 군데만 있는 경우는 30% 정도다. 전립선암이 뼈ㆍ폐 등으로 전이된 4기 암은 완치할 수 없지만 방사선치료로 통증을 완화하고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

브라키테라피는 전립선 적출술과 생존율이 동등하면서도 전립선을 없애지 않아 요실금과 발기부전 등 합병증이 적고(전립선 적출술 시행 시 30~90%에서 요실금ㆍ발기부전 등 합병증 발생) 한번 수술로 치료가 끝나 다음날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메타분석 결과, 10년 생존율이 다른 치료법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브라키테라피는 다만 전립선암 가운데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순한’ 암(글리슨 점수 6점 이하와 7점 중 일부) 치료에 효과적이다. 건강보험도 적용돼 기존에 1,600만∼2,000만원 선이었던 치료비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초기 전립선암이라도 브라키테라피를 시행하기 어려운 환자가 있다. 방광과 요도괄약근 이상으로 소변 이상 증상이 심하거나, 전립선이 60cc 이상으로 매우 큰 환자는 브라키테라피 시술에 신중해야 한다. 회음부를 통해 동위원소를 넣는 치료의 특성상 전립선 일부가 치골에 가려지는 탓이다.

브라키테라피는 다양한 모양의 전립선에 방사성동위원소 물질을 정확히 넣는 수술기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당차병원은 비뇨의학과와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들의 협진으로 수술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2014년부터 근접치료 브라크테라피 시술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전립선 내 암 병소를 중심으로 부분 시행하는 ‘포칼(focal) 브라키테라피’를 쓰면서 암 치료와 삶의 질 개선에서 우수한 결과를 내고 있다.”

-전립선암 예방법은 없나.

“전립선암은 동물성 지방과 육류의 과다 섭취 등 서구식 식습관과 고령화, 유전, 비만ㆍ당뇨병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식습관을 바꾸는 것 외에는 달리 특별히 예방법은 없다. 50대 이상 남성은 매년 한번 전립선암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다면 40대부터 매년 한번 검진을 받기를 권한다.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없지만 어느 정도 진행하면 빈뇨, 배뇨통, 지연뇨, 배뇨시간 연장, 잔뇨, 세뇨, 혈뇨 등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직장이나 회음부에 불쾌감이나 중압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서구식 식습관과 급속한 고령화로 전립선암에 급증하는데 수술뿐만 아니라 브라키테라피 등 다른 치료법으로도 환자를 고칠 수 있다”고 했다. 분당차병원 제공
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서구식 식습관과 급속한 고령화로 전립선암에 급증하는데 수술뿐만 아니라 브라키테라피 등 다른 치료법으로도 환자를 고칠 수 있다”고 했다. 분당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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