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비친 세상] “스포츠클라이밍은 전문등반 아니다”

입력
2018.11.01 16:47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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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대학교 산악부 출신 A씨는 경기 성남시 한 인공암벽시설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던 중 5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척추를 다쳤다. A씨는 기존 종합보험 계약을 근거로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H보험사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을 하던 중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면책 조항으로 인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거절했다. 이에 A씨는 H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정 쟁점은 A씨의 스포츠클라이밍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동호회 활동 목적의 전문등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해당 보험약관은 전문등반을 ‘전문적인 등산용구를 사용하여 암벽 또는 빙벽을 오르내리거나 특수한 기술, 경험, 사전훈련을 필요로 하는 등반’이라 규정했다. H보험사는 A씨가 △산악회 대장을 맡아 세계 6대륙의 최고봉 등정 △한국산악연맹 등산아카데미 강사로 활동 △두 달간 사고가 발생한 인공암벽을 11차례 이용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사고가 난 등반을 전문등반으로 보기 어렵다”라면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인공암벽을 등반하는 데 전문 장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공암벽은 자연암벽과 달리 손으로 잡거나 발을 딛기 위한 인공 확보물과 추락했을 때 충격을 완화할 탄성매트 등 시설이 있다”면서 “비록 단독 등반은 금지돼 있지만, 초보자라도 숙련자를 동반하거나 사전에 교육을 받으면 등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을 한다는 것은, 전문등반을 함께하는 것이 목적인 동호회에 가입하고 실제로 회원들과 등반을 하는 것”이라면서 “사고 당시 A씨가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등반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사고로 척추 골절 또는 탈구 등 후유장애를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H보험사가 보험금과 의료비를 합쳐 총 4,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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