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담] “남북경협, 한반도 관련 6개국 참여 컨소시엄 형태로 공공재 투자부터”

입력
2018.1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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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전망

남북경협이 가져올 성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저성장ㆍ저출산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북미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와 남북경협의 물꼬가 트이더라도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찮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향하는 개혁ㆍ개방 모델은.

“김정은은 집권 7년 동안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왔다. 공식적인 경제뿐만 아니라 통치자금 마련에도 시장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안다. 북한은 2012년부터 전국에 27개 경제개발특구를 지정했다. 과거엔 나진 개성처럼 모기장 식으로 가둬놓고 임금을 빼먹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북한 전역에서 개방 효과를 보겠다는 과감한 실용주의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런 자신감이 어디서 나온 걸까.

“28년 간 진행돼 온 시장화 경험이다. 시장화가 주민 통제를 이완시킬 것으로 걱정했지만 실제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4월 경제ㆍ핵 병진 노선을 끝내고 경제건설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것을 국면적 위장술로 보는 것은 단편적 시각이다. 물론 시장화를 통해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특정 지역에서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타날 수 있다. 중국의 천안문 사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당 중심 체제는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김정은은 3대 세습을 통한 수령제를 유지하는 것과 시장 활동이 공존 가능하다고 보는 듯하다. 결국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를 혼합한 전혀 새로운 북한식 모델이 나올 것이다. 싱가포르의 규제 중심 통치체제와 중국 베트남처럼 대외 개방을 통해 내부 자본을 축적해가는 방식의 혼합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70년대 초까지 경제를 성장시켰던 경험이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이상으로 고도 성장할 잠재력과 역동성을 지녔다.”

-바람직한 남북경협 방식은.

“이원화가 필요하다. 정부나 민간 모두 현실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인 공공재 투자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퍼주기 논란을 불식하려면 동북아 평화 협력체를 통해 공동투자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한반도에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는 남북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6개국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면 시너지도 커질 것이다. 민간기업은 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공공재 투자가 일정 부분 이뤄져야 민간 협력도 활성화할 것이다.”

-남북경협이 대체재로 허용되면 어떤 수순을 밟아야 하나.

“제재나 금지에 갇혀 있는 우리 인식의 프레임을 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서 또 불협화음이 생길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둘을 동시에 하거나, 하나를 먼저 재개하는 게 좋다. 5ㆍ24조치는 정세적 차원에서 현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논리였지, 법적 구속력을 지닌 금지 개념은 아니었다. 두 사업 중 하나가 재개되는 순간 5ㆍ24는 의미 없는 조치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이 재개되고 협력의 모습으로 프레임이 짜지면 다음 행보로 가기 편해진다. 정부가 갑자기 공공재원을 투자하겠다는 식으로 가면 프레임이 감당을 못한다. 신중하게 단계를 밟아갈 필요가 있다. 그와 맞물려 제재 유예 조치 등이 수반돼야 한다. 미국의 독자 제재가 유예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유엔안보리 차원에서라도 유예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경협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된다.”

고재학 논설위원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홍인기 기자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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