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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5사단 비무장지대 GP 고가초소에서 군사분야 후속조치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정감사 기간 튀어나온 막말 설전이 점입가경이다. 협치를 하자는 당위는 실종됐고 곳곳에 들려오는 소리는 격렬한 파열음이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황제폐하수준 통치” “쿠데타적 좌익정권”이라고 공격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시정잡배” “국정농단 공범”으로 일축했다. 이번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현정권 2인자로 불리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국민은 또다른 차지철, 최순실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 달 전 자신을 “꽃할배”로 ‘비아냥’댄 것을 되돌려준 격이었다.

단순한 말싸움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당은 사립유치원 문제를, 야당은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에 각각 당력을 집중하며 상대측이 선점한 이슈를 평가절하한 행태야말로 낯뜨겁다. 모두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와 청년 문제인데도 말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특히 여당에게 뼈아픈 화두가 아닐 수 없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 취임사는 이미 무색해졌다. 박근혜 최순실이 사라지고 촛불정부 1년5개월이 지난 지금, 청년들은 과연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묻고 있다. 여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해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의 특별재판부 설치에 반대하는 한국당이야말로 사법적폐 청산 열망에 자신들만 눈감을게 아니라, 법적인 절차에서 이견을 제시하더라도 큰 틀에선 협조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여당은 일방적인 청와대와 정부 편들기, 야당은 정치공세에 몰두하는 구태가 역대 정권을 교차하며 반복되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에 보수·진보가 어디 있나, 정권만 잡으면 여당과 야당이 뒤바뀔 뿐이란 냉소가 당연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기준은 북한과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 차로 통용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도 그럴까.

“북핵 문제는 북한의 체제보장이 선행돼야 해결될 수 있다”, “미국과 협력해 북한을 안심시킬 수 있는 국제적 보장을 해주고 북핵 폐기를 유도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이 말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대북 강성발언을 쏟아내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다.(자서전 ‘변방’·2009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포함해 진보든 보수든 남북관계를 최대 정치이벤트로 욕심내지 않은 정권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수진영은 자신들이 하려던 파격적인 ‘남북평화쇼’를 문재인 정권이 이뤄낸 게 배 아프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미국관은 또 어떤가. 흔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미(反美) 자주외교’를 펼친 것으로 인식된다.대선후보 시절부터 “반미 좀 하면 어떠냐”는 발언은 젊은층을 열광시켰다. 실제론 2002년 9월 영남대 강연을 보수진영이 앞뒤 자르고 부각시킨 결과였고, 반대로 진보적으로 포장되는 효과를 누렸다. 당시 노 후보는 곧이어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반미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국정에 큰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참여정부는 이라크 파병, 제주강정 해군기지, 한미FTA로 친미 실용주의 외교였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이런 진영논리의 허구들은 정파간 협치의 정치력이 작동할 공간을 역설적으로 키워줄 수 있다. 정권이 생색낼 일에 한국당이 순순히 협조할 리 없고 야당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나 임기중반 경제정책 운용을 놓고 문 대통령은 야권과 소통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남북경협이든 대북제재 완화든 소득주도성장이든 반대하는 야당에 최고의 논거를 제시하고 설득하는 정당화의 과정을 거쳐야 국론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게 정치의 존재이유다. 뒤늦게라도 노력과 성의를 드러낼 기회가 5일 여야정 협의체 첫 회의다. 문 대통령이 협치 능력을 보여줘야 할 적기다.

박석원 정치부 차장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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