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50년 전 이소룡처럼 아시아인 가능성 보여줘”

입력
2018.11.01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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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인 DJ인 스티브 아오키는 함께 작업하고 싶은 또 다른 한국 가수로 아이돌그룹 2NE1 출신 씨엘과 몬스타엑스를 꼽았다. 소니뮤직 제공
일본계 미국인 DJ인 스티브 아오키는 함께 작업하고 싶은 또 다른 한국 가수로 아이돌그룹 2NE1 출신 씨엘과 몬스타엑스를 꼽았다. 소니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은 50년 전 브루스 리(리샤오룽ㆍ李小龍)처럼 문화의 장벽을 깨부쉈죠.”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DJ중 한 명인 스티브 아오키(41)는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미국내 활약을 ‘쿵푸 영화의 전설’ 리샤오룽의 등장처럼 상징적인 사건으로 봤다. 리샤오룽이 절권도를 앞세운 액션영화로 1960~70년대 아시아 영화의 불모지였던 미국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면,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로 노래하며 외국어 음악에 배타적이었던 현지 음악 시장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아오키는 지난달 31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로 노래하며 아시아인을 대변하고 아시아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봤다. 올해 빌보드 정상(앨범차트 ‘빌보드200’)을 두 번 오른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올여름 할리우드에 ‘아시아 열풍’을 불러왔던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흥행과 더불어 아시아 문화종사자들의 미국 진출에 큰 징검다리가 됐다는 설명이었다.

아오키는 지난달 25일 방탄소년단과 손잡고 신곡 ‘웨이스트 잇 온 미’를 발표했다. 아오키가 9일 발매할 앨범 ‘네온 퓨처 III’에 실릴 곡이다. 방탄소년단 앨범에 실린 ‘마이크 드롭 리믹스’(2017)와 ‘전하지 못한 진심’(2018)에 이어 세 번째 합작이다.

아오키가 ‘마이크 드롭 리믹스’에서 강렬한 비트로 방탄소년단의 야성을 끌어 냈다면, 이번 곡에선 귀에 착착 감기는 감미로운 비트로 방탄소년단의 순수한 감성을 들춘다. ‘웨이스트 잇 온 미’는 ‘네 여름이 되고 싶다’는, 청춘의 뜨거운 사랑 얘기가 담긴 곡이다. 이 곡은 공개 직후 미국 아이튠스 톱송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K팝 열풍은 라틴 음악처럼 문화적인 한계점을 넘어서” 미국에서 계속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계 미국인인 아오키는 2008년 1집 ‘필로우페이스 앤드 히스 에어플레인 크로니클스’로 데뷔했다. 감각적인 음악과 더불어 공연 도중 관객들에게 케이크를 던지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학창 시절 인종 차별을 겪은 아오키는 미식축구팀에서 늘 대기 선수였다. 그는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자랐다. 그런 아오키는 미국 전자음악 시장을 주름 잡는 DJ가 됐다. 그의 오른팔엔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라는 뜻의 ‘by any means necessary’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아오키는 “삶의 모토가 (록밴드) 본조비의 노래 제목인 ‘아이 윌 슬립 웬 아임 데드’“라고 했다. 그의 삶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잠은 죽어서나’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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