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트렌드, NOW] 중국, 호랑이ㆍ코뿔소 뼈 25년 만에 사용 허용... 밀렵ㆍ밀매 확산 논란

입력
2018.10.30 17:34
수정
2018.10.30 19:11
21면
밀렵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국립공원 관리당국이 뿔을 잘라버린 코뿔소의 모습. WWF
밀렵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국립공원 관리당국이 뿔을 잘라버린 코뿔소의 모습. WWF

중국이 25년만에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을 과학ㆍ의료 목적에 한정해 사용할 수 있도록 재허용했다. 국제환경ㆍ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밀렵과 밀매를 부추길 것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니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특정한 조건 하에서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 또는 이를 함유한 물질을 약품 연구 및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무원은 “인공적으로 번식한 코뿔소의 뿔과 자연사한 호랑이의 뼈만 의료용으로 처방될 수 있다”면서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은 국가중의약관리국이 자격을 인정한 병원과 의사에 의해서만 처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전자 연구와 같은 과학 연구를 위해 이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의 거래ㆍ사용을 전면금지했던 것에서 벗어나 그 사용을 부분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이 관절염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효험이 있고 정력에도 좋다는 미신이 강하다. 그 동안 중국 정부가 전면 금지했음에도 밀매를 통해 이를 약재로 쓰는 일이 적지 않았다.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번 조치가 호랑이와 코뿔소 밀매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WWF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25년간 유지해온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의 사용금지 원칙을 뒤집은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이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WWF는 “의료용 등으로 한정한다지만 소비자와 사법당국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대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조치는 호랑이와 코뿔소의 불법거래 시장을 확대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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