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저주 풀린 빨간양말, 21세기 최강팀 등극

입력
2018.10.29 17:13
수정
2018.10.29 20:54
24면

다저스와 5차전 홈런 4개 5-1… 보스턴, 월드시리즈 우승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이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월드시리즈 5차전 다저스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이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월드시리즈 5차전 다저스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언터쳐블’ 보스턴 레드삭스의 완벽한 승리였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5년 만에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를 다시 한번 제패, 명실공히 21세기 최강임을 증명했다. 반면, 30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LA 다저스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월드시리즈에서 무릎을 꿇었고, 류현진(31)의 재등판 기회도 사라졌다. .

보스턴은 29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 LA다저스와 경기에서 홈런 4방을 앞세워 5-1로 승리, 시리즈 전적 4-1로 정상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보스턴은 2000년 이후 4번째 우승(통산 9회)을 차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000년 이후 3회ㆍ통산 8회)를 제치고 21세기 최강 명문 구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보스턴은 2007년과 2013년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보스턴의 위세는 대단했다. 정규시즌에서 108승(54패)을 올리며 리그 전체 다승 1위에 올랐다.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승이기도 하다. 무적의 보스턴은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2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원정 경기인 3차전에서 연장 대접전 끝에 패했지만, 4차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흐름을 가져왔고 5차전까지 잡으며 시리즈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2018 월드시리즈 MVP 스티브 피어스가 시리즈 우승컵을 들고 있다. LA=AFP 연합뉴스.
2018 월드시리즈 MVP 스티브 피어스가 시리즈 우승컵을 들고 있다. LA=AFP 연합뉴스.

월드시리즈 MVP는 5차전에서 홈런 2개를 몰아친 스티브 피어스(35)가 차지했다. 피어스는 5차전 1회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0)를 공략해 결승 2점 홈런을 날렸고 4-1로 앞선 8회에는 바뀐 투수 페드로 바에즈(30)를 상대로 쐐기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앞선 4차전에서도 피어스는 3-4로 뒤지던 8회 마무리 켄리 잰슨(31)을 상대로 동점 솔로 홈런을 날렸고, 9회에도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팀의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5경기 타율 0.333에 3홈런 8타점이다.

MVP는 피어스가 차지했지만 월드시리즈 전체를 지배한 주인공은 데이비드 프라이스(33)였다. 그는 2차전 선발 등판해 다저스 타선을 6이닝 동안 2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의 주춧돌을 놓았다. 프라이스는 하루를 쉬고 3차전에도 구원 등판해 ⅔이닝을 책임졌다. 그러더니 5차전에 다시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실점(3피안타)하며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괴력을 뽐냈다.

‘루키 감독’ 알렉스 코라(43) 감독의 역할도 컸다. 신인 감독이 부임 첫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은 버키 해리스(1924ㆍ워싱턴), 에디 다이어(1946ㆍ세인트루이스), 랠프 후크(1961ㆍ뉴욕양키스), 밥 브렌리(2001ㆍ애리조나)에 이어 5번째다. 특히 지난해 휴스턴 우승 당시 휴스턴의 벤치 코치였던 코라 감독은 올해 감독으로서 우승하면서 2년 연속 팀을 우승으로 이끈 코치진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보스턴은 2016년과 2017년 존 페럴 감독 체제에서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했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조기 탈락했다. 이에 보스턴은 과감하게 페럴 감독을 경질하고 ‘초보 감독’ 코라를 선임했다. 코라 감독은 부임 첫해 구단 최다승이자 올해 리그 전체 최다승인 108승을 달성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차로 우승을 차지,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증명했다.

반면 데이브 로버츠(46) 감독은 팀을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올려놓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도 모두 준우승에 그친 ‘멍에’를 쓰게 됐다. 보스턴 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은 선발 투수를 너무 빠르게 교체하는가 하면, 마무리 잰슨의 조기 투입 카드도 실패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4차전에서 잘 던지던 선발 리치 힐(38)을 7회 내린 뒤, 4-0으로 이기고 있던 경기를 뒤집힌 것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게 됐다. 타격에서는 상대 투수에 따라 ‘좌우 놀이’를 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국인으로는 김병현(39)에 이어 두 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에 도전했던 류현진도 길었던 시즌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7승 3패, 평균 자책점 1.97로 호투했고, 디비전시리즈에서는 팀 에이스 커쇼를 제치고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밀워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는 4⅓이닝 동안 2실점 하며 승패 없이 물러났고, 6차전에서는 3이닝 5실점 하며 무너졌다.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도 4⅔이닝 동안 4실점 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류현진은 스토브리그를 통해 잔류 여부를 결정한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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