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미 SCM 50년이 주는 의미

입력
2018.10.31 16:16
수정
2018.10.31 16:52
29면

최근 한반도 정세는 강대국들 사이의 패권경쟁이 한창이던 구한말에 비견될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미ㆍ중 간의 패권경쟁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상반된 정세가 전개되고 있다. 미ㆍ중 사이에 무역전쟁이 전면화되고 핵·우주 군비경쟁이 확대되는 등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와 달리 한반도 정세는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기 포기 의사 표명을 계기로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의 구축으로 나아가고 있다.

구한말 당시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은 쓰러져가던 청나라, 신흥도전국에 불과했던 러시아에 의존해 국권을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일본은 당대 최강국 영국과 동맹을 맺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지역패권 국가가 되었고 마침내 대한제국을 병탄하였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구한말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국력과 국제적 위상을 갖추고 있지만, 격변기 속에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오늘날과 같은 경제기적을 이룩해 왔다. 한미동맹은 바로 우리의 안보를 지켜준 버팀목이다. 이러한 한미동맹의 핵심이자 상징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이다. 한미 SCM은 양국의 국방장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회의로서 1968년 푸에블로호 피랍사건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국방각료회의’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로 50회를 맞았다.

이번 SCM은 10월 31일 워싱턴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주관으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전작권 전환 이후의 연합방위지침, 전작권 전환계획 수정안, 미래지휘구조 기록 각서, 한국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 약정 등 4개의 전략문서에 합의하였다. 매티스 장관은 확장억제력 제공과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등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였다.

그 동안 한미 SCM은 한미동맹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한미연합사(CFC) 창설과 양국 합참의장이 주관하는 최상위 군사협의기구인 한미군사위원회(MCM)의 설립을 주도함으로써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연합방위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었을 때 우리 군과 동맹 차원의 대응능력을 확보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국제평화유지활동과 우주ㆍ사이버 등 새로운 안보분야에서도 한미 협력체제를 발전시키는 데도 큰 공을 세웠다.

한미 SCM은 변화하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처하여 ‘한미동맹 비전’(2006)과 ‘한미 국방협력지침’(2010) 등 한미동맹의 발전방향에 대해 협의하고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미ㆍ중 ‘신냉전’과 한반도 비핵 평화의 진전 등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에는 한미의 국방협력 발전방향을 구체화하는 ‘미래 한미동맹 국방비전’을 수립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그 동안 한미 양국은 2020년대 초중반까지 ‘조건’에 기초한 전시 작전통제권의 전환을 추진해 왔다.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한반도 전쟁위협이 대폭 감소된 반면 주변의 잠재적 위협이 증가한 만큼, 변화된 안보상황이라는 ‘새로운 조건’을 감안해 조기 추진을 약속했다. 비핵화 협상이 원만히 이루어질 경우 문재인 정부의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과 새로운 미래연합사 창설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 SCM은 우리 안보태세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완벽한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을 마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격동의 한반도 정세에 즈음하여 한미동맹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전쟁 억제와 동아시아 정세의 안정자로서 기능할 뿐만 아니라, 변화된 상황 속에서 남북군사합의서 이행의 뒷받침과 한미군사연습의 조정 등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동맹은 기존의 한반도 방위동맹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와 지역 안정의 중추로 거듭나야 한다. 새로운 모습의 한미동맹은 우리 시대의 요구이자 한미 SCM에 거는 우리 국민들의 기대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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