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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야당 평양공동선언 등 비준 관련 첨예한 공방

김성태(가운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곽상도, 최교일 의원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대근기자

문재인 정부가 23일 9ㆍ19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안을 의결ㆍ재가한 것과 관련, 헌법상 국회 동의권을 침해하는지를 두고 청와대ㆍ야당 간 첨예한 공방이 치닫고 있다.

◇북한은 조약 대상이 안되나

핵심 쟁점은 국회 비준동의 사항을 규정한 헌법(60조 1항)을 정부가 어겼는지 여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해상완충구역 설정, 포사격 기동훈련 금지, 군사분계선 주변 공중정찰 중단 같은 구체적 군사조치를 명시한 남북군사합의는 중대하고 명백한 국가안전보장 사안”이라며 “정권의 비준은 헌법적 절차를 무시한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안전보장 등에 관한 조약이나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의 체결ㆍ비준에 관한 동의권을 가진다’는 헌법 조항을 든 것이다.

청와대는 “조약이 아니어서 헌법 60조 1항을 적용할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남북합의가 조약이 아닌 점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에 나온다”며 “남북합의서는 한민족 공동체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한 당국간 합의로 봐서 헌법상 조약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와 대법원은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두고 일종의 신사협정 성격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것은 아니어서 국가간 조약으로 볼 수 없다고 각각 판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김의겸 대변인은 “조약은 문서에 의한 국가간 합의인데,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북한이 국가라면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란 논리도 들면서 “위헌 주장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라 역공했다. 이에 한국당은 “청와대가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안동의를 요구하는 순간 이미 국가간 관계에 준하는 법적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교과서에도 우리가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란 부분을 삭제하고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발언 수시로 해놓고 이제서야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는 건 자기 모순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헌법상 북한이 국가냐 반국가단체냐 하는 법리보다 평양공동선언이나 남북군사합의서 내용이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뿐만 아니라 국가 안위에 중대한 사안을 포함한다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방침을 밝히며 야권공조를 외치고 있다. 개별 의원이 아닌 국회가 청구 주체가 되야 해 여야가 합의하는 형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판문점선언 동의 요청은 왜?

한국당은 청와대 논리라면 4ㆍ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는 왜 요청한 것이냐고 따졌다. 법조인 출신인 최교일 의원은 “그럼 4ㆍ27 판문점선언은 북한과 했던 것이 아니냐”며 “그건 왜 국회 비준 요청을 했느냐.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조인 출신인 곽상도 의원도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를 보면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겠다는 건데, 정부 논리라면 이번 것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지 않냐”고 따졌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판문점선언은 ‘막대한 재정부담’과 ‘입법사항’이라는 두 가지 근거조항에 의해 체결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북관계발전법 21조 3항을 두고 하는 얘기로, 이번에 정부가 자체 비준한 군사합의서 등은 그 두 가지에 해당되지 않아 국회 동의 필요 없이 대통령이 판단한 사항이란 것이다.

◇헌법학자 “청와대 법 취지 착각”

헌법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모순되거나 반쪽 논리로 대응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표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 인식이면 안보를 위협할 어떤 군사적 양보에도 국회는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안보에 관한 것도 ‘입법사항’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남북관계발전법 자체가 위헌”이라 했다. 장 교수는 “조약도 꼭 국가끼리 하는 게 아니다. 휴전협정 때도 북한이 당사자였다”고 짚었다.

차진아 고려대 법전원 교수도 “조약이 아니라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처럼 신사협정 선에 그쳐도 된다는 의미냐”며 “그간 정부는 법적 효력을 부여하려 하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해명을 ‘형식논리’라고 지적했다. “명시적 국가간 조약이라긴 어렵지만 그에 준해 취급하자는 게 남북관계발전법 제정 취지이며, 그 법의 입법사항 등은 헌법 60조 1항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관계는 헌법 3조만이 아니라 분단국가를 인정하며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 4조와 조화롭게 해석해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이번 것은 국민의 중대한 권리에 관한 입법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고, 야당은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국회 동의권이 침해됐는지 헌재에서 가려볼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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