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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시 채용 방식 논란… “비정규직 고용 안정” “구직자 취업 기회” 맞서
게티이미지뱅크

부산지하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전동차 유지보수 등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66명의 일자리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기존 비정규직 직원 중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람은 7명에 그쳤다. 나머지 정규직 일자리는 공공기관 취업준비생 같은 일반 구직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는 노사가 정규직 전환 시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하는 대신, 외부에 문호를 열어 경쟁채용(공개채용)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결과다. 당초 사측은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대신 고용승계를 하자고 했고, 노조는 무기계약직이 아닌 일반 정규직으로 채용하자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논의 끝에 일반 정규직을 경쟁채용 방식으로 뽑기로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단,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경력을 인정해 필기시험 점수에 5점(100점 만점)을 경쟁 채용 시험 응시 다섯 번까지 가산해 주기로 했다. 정규직 전환 일자리를 비롯해 총 140명을 선발한 경쟁 채용 시험이 지난 5월 실시됐는데 직종에 따라 경쟁률이 최대 134대 1(평균 57대 1)에 달했다.

이는 최근 채용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비정규직(간접고용 포함)을 무기계약직으로, 또 일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경쟁채용 대신 고용승계 방식을 택했다.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측에서는 이런 고용승계가 채용 비리의 통로가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부산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_신동준 기자

고용세습 등 채용 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정규직 전환 시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정규직 자리를 주는 고용승계 방식을 택하는 게 옳은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고용승계 방식은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해소해 주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동시에 해당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는 잠재적 구직자의 취업 기회를 차단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기 때문에 전원 고용승계를 하는 경우 낮은 문턱을 활용한 고용세습 등 채용 비리가 불거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처음부터 정규직 전환대상이라는 점을 알았더라면 다수의 취업 준비생들이 지원했을 것”이라며 “공평한 취업기회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정규직 전환을 함에 따라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는 채용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대부분 고용승계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정부, 지차체, 공공기관 등 정규직 전환 대상 기관 853곳에서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인원 중 80% 이상이 고용승계 방식으로 채용이 됐다. 기존 비정규직 중에서 정규직을 선발하는 ‘제한 경쟁채용’ 방식까지 제외할 때 일반 경쟁채용 방식(기존 비정규직에 가점 부여)으로 전환된 비중은 10% 안팎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 공공기관들이 고용승계를 택한 것은 ‘정규직 전환 시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하고,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경쟁채용을 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따랐기 때문이다. 고용승계를 우선하는 이유에 대해 이태훈 고용부 공공부문정규직화추진단 과장은 “정규직 전환 정책은 현재 재직중인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것이며, 경쟁채용을 무리하게 늘리면 비정규직의 고용을 위태롭게 해 정책 목표에 역행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노-사 또는 노-노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 경쟁채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는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일부 관리직만 경쟁채용을 하고, 나머지 현장직은 적격심사만 거치는 사실상의 고용승계를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지만 분열이 완전히 봉합되지는 않았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들은 박사 등 비정규직 전문인력의 채용 방식을 두고 노사가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물론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 사태를 낳을 수 있는 점 △기존 비정규직이 해당 업무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점 △비정규직 일자리 상당수가 청소ㆍ경비 등 취약계층 일자리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모든 정규직 전환 일자리에 경쟁채용을 도입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채용 비리를 최소화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채용을 더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고용승계를 바라는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노조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경쟁채용을 원하는 잠재적 구직자를 적극 대변해줄 세력은 마땅치 않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환심의기구 내에서 공익위원 역할을 맡은 전문가들이 구직자의 의사를 더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며, 청년 선호 일자리의 기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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