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물원 절반이 맹수류 실내 사육… 스트레스로 ‘제2 퓨마 탈출’ 위험 커

입력
2018.10.24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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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대전 오월드 입구에 퓨마 뽀롱이를 추모하는 조화와 사진, 메모지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대전 오월드 입구에 퓨마 뽀롱이를 추모하는 조화와 사진, 메모지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전국 주요 동물원 가운데 절반이 사자나 호랑이 등 맹수류를 야외 방사장 없이 좁은 실내에서만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중순 대전오월드에서 방사장을 탈출한 퓨마 ‘뽀롱이’가 사살된 후 동물원의 사육환경에 대한 논란이 커진 가운데, 맹수류의 실내사육은 동물 복지 측면뿐 아니라 관람객과 관리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육 시설 관리 기준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23일 환경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요 동물원 29개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곳에서 곰과(반달가슴곰, 말레이곰, 불곰), 고양이과(사자, 호랑이), 기타 고양이과(퓨마, 재규어 등)의 맹수류(대형육식포유동물)를 실내에서만 사육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5곳에서 기르는 맹수류는 총 59마리로 전체 576마리의 10% 수준이다. 특히 ‘뽀롱이’와 같은 퓨마는 실내 사육비율이 1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사육장은 면적 자체도 좁지만 햇빛이나 바람 등 자연 환경에 노출될 수 없는 구조인데다 관람객과의 거리가 좁아 동물들의 스트레스가 크다. 또 공간적 제한으로 야외방사장과 달리 이중문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는데도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뽀롱이’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멸종위기의 동ㆍ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ㆍ사이테스) 90종에 대해서는 동물원 사육 기준을 두고 있으나 면적 기준뿐이며, 실내나 실외 등 구체적인 기준은 별도로 없다. 반면 스위스나 미국 등에서는 맹수류 사육 시 야외 방사장 설치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할 뿐 아니라 수직구조물 설치, 가림막 제공 등 구체적인 조건도 명시하고 있다.

이용득 의원은 “전체 동물원 중 절반 이상이 실내에서만 맹수류를 사육하는 것은 관람객의 안전에도 위험할 뿐만 아니라 전시 동물의 복지 측면에서도 후진적인 행태”라며 “야생생물법에서 허술하게 규정하고 있는 사육시설 관리 기준을 재검토하고, 나아가 동물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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