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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내막 밝힐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

한국당 몫 위원 3명 추천 차일피일
1980년 5월 27일 광주의 모습. 한국일보 기자가 촬영한 미보도 사진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대로 조사해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5ㆍ18민주화운동의 내막을 파헤쳐줄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꼽히는 ‘5ㆍ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출범이 정치권의 늑장으로 지연되고 있다. 지난 3월 제정된 5ㆍ18 진상규명 특별법이 시행(9월 14일)된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야당의 진상규명위 위원 추천이 늦어지면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진상규명위 위원 3명을 추천해야 할 자유한국당은 26일 현재까지 위원 추천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17일 광주 망월동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찾은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고의적으로 추천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내 이견을 조율 중”이라며 “국정감사 이후 다시 챙겨보겠다”라고 말했다. 5ㆍ18 기념재단 관계자는 “야당에서도 위원 후보를 물색 중이지만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것 같다는 생각에 후보자들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0월 말 종료되는 국감 이후 위원 선정이 끝난다 해도 조사관 등 직원 채용까지 1~2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출범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진상규명위는 위원장을 포함 총 9명(상임위원 3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 1명, 여당과 야당이 각각 4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국회의장 추천으로 안종철 한국현대사회연구소 박사, 더불어민주당은 송선태 전 5ㆍ18 기념재단 상임이사 등 4명을 바른미래당도 1명을 추천한 상태다. 진상규명위는 출범 시점부터 2년 활동에 1년 더 연장할 수 있어 최대 3년까지 조사가 가능하다.

[저작권 한국일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규명 범위=그래픽 송정근 기자

5ㆍ18 진상규명법에 명시된 규명 범위에 따르면 진상규명위는 당시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의 책임자를 비롯해 인권 침해ㆍ조작 사건 등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아울러 1988년 국회 청문회 등을 대비해 국방부 등이 만든 ‘5ㆍ11 연구위원회’의 진실왜곡 사건과 집단학살지, 암매장지는 물론 행방불명자의 규모와 소재도 파악할 계획이다. 주남마을 총격 사건처럼 피해자 증언이 뚜렷하고 지시를 내린 가해자가 지목된 경우 우선적으로 조사될 가능성이 높다.

5ㆍ18 관계자들로서는 이번 진상규명위 활동을 5ㆍ18 민주화 운동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해 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나의갑 5ㆍ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1988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는 허위 진술로 뒤덮였고, 1995년 전두환을 기소했던 검찰도 진상조사보다는 당시 김영삼 정권의 정치적 이벤트 수준이었다”라며 “역사적으로 5ㆍ18 진상조사를 제대로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시행된 진상규명 특별법은 38년 만에 말 그대로 진상규명을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처음으로 5ㆍ18을 제대로 살펴볼 유일무이한 기회”라며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위원들을 추천해 조속히 활동이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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