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치원 감사결과 실명 공개와 처벌 강화, 늦었지만 당연하다

입력
2018.10.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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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으로 유치원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이름을 바꿔 관련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21일 당정 협의에서 논의한다고 한다.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최근 사립유치원 문제를 제기해 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립유치원의 교육부 지정 회계프로그램 사용을 의무화하고, 보조금 부정 사용으로 처벌받으면 5년간 유치원 인가를 금지하는 등의 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5년간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교육청 홈페이지에 실명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종합감사 실시, 유치원 비리 신고센터 운영 등의 대책을 내놨다.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 집단은 아니겠지만 유치원 원아의 75%가 사립유치원을 다니고 한 해 2조원 가까운 국가예산이 투입된다면 교육 당국이 유치원 운영에 적극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은혜 장관의 말대로 “지난 5년간 감사받은 사립유치원 중 약 90%가 시정 조치 지적을 받았다”니 더더욱 그렇다. 유치원 감사 결과 실명 공개에 88.2%가 찬성한다는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정서에 부합한다.

그러나 연일 이어지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대응을 보면 어이가 없다. 지난 16일 비리 문제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가 했더니 바로 일부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한 박 의원이나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심지어 그 명단을 “정치공세” “가짜뉴스”라고 매도하고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라는 말까지 하는 것을 보면 이들에게 어린 아이들 교육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사립유치원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회계는 상대적으로 투명해도 역시 보조금 부정수급ㆍ유용에다 불법 정치자금 의혹, 고질적인 학대 문제 등이 불거지는 어린이집도 복지 당국과 지자체의 감시가 소홀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 같은 보육ㆍ교육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공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국공립 비율을 점차 늘려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 복지부와 지자체가 이 같은 근본 처방을 시야에 넣고 예산 확보 등 실행 가능한 계획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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