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프란치스코 교황의 오래된 기원

입력
2018.10.18 20:03
수정
2018.10.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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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한다면 그 자체로 역사의 새 장을 여는 사건이다. 교황은 18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38분 독대하며 예우했다. 한반도 평화에 그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는 표현이다.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속적으로 남북 관계가 진전되길 희망해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교황은 특히 올해 4ㆍ27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잇따라 ‘한국을 위해 기도하자’는 메시지를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이 교황을 만나 "그동안 교황께서 평창올림픽과 정상회담 때마다 남북 평화를 위해 축원해 주신 데 감사하다"는 김 위원장의 인사를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3년 선출 직후 부활 대축일에는 전 세계에 보내는 축복 메시지인 ‘우르비 엣 오르비’에서 “아시아의 평화,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며 “불화가 극복되고 화해의 쇄신된 영이 자라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의 축복 “남북 평화의 발걸음에 함께 할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례 일반 알현에서 한 아이에게 축복의 입맞춤을 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례 일반 알현에서 한 아이에게 축복의 입맞춤을 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연합뉴스

“동계 올림픽이 2월 9일 92개국의 참가 속에 한국의 평창에서 개막한다. 전통적인 올림픽 기간 휴전이 올해는 특히 중요하다. 두 한국 대표단이 개회식에서 한반도기 아래 함께 행진하고, 단일팀을 결성해 경쟁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번 올림픽이 우정과 스포츠의 위대한 제전이 되길 기원한다.” (2월 7일 수요 일반알현)

“현재 진행 중인 남북한의 대화가 그 지역의 평화와 화합을 증진하도록, 한반도를 위해 대화의 결실을 간절히 기원하자. 직접적 책임을 지닌 당사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을 증진하고, 국제 공동체 안에서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혜와 분별을 갖고 행동해야 하겠다.” (4월 1일 부활 대축일 교황 강복)

“(남과 북) 두 정상의 만남은 투명한 대화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화해와 되찾은 형제애를 바탕으로, 마침내 한반도의 평화와 전 세계의 평화를 보장하는 구체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평화를 열망하는 한국인들에게, 저의 개인적인 기도와 함께, 온 교회가 곁에서 동반할 것을 약속한다. 성좌(교황청)는 남북의 만남과 우정으로 이루어지는 발걸음에 함께하며 지지하고 응원한다.” (4월 25일 수요 일반알현)

“그제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진지한 대화의 길을 시작하는 용기 있는 결단을 보여줬다. 앞으로 평화와 형제 간 우의가 더 돈독해지리라는 희망이 좌절되지 않기를, 사랑하는 한민족과 전 세계의 안녕을 위한 협력이 지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도하겠다.” (4월 29일 삼종기도)

“며칠 후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와 온 누리에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주님께 기도하고, 한국 교회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이 회담에 함께하여 주시도록 다 함께 기도하자.” (6월 10일 삼종기도)

 ◇25년 전 한국 수녀회의 도움 받은 인연도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7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7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과 남다른 인연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보좌주교 시절이던 1993년 한국 수녀회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다.

시립병원의 환자들을 영적으로 보살펴 줄 원목수녀들이 절실했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어디에서도 지원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주교(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는 한국 수녀회인 ‘성가소비녀회’에 요청해 세 명의 수녀를 파견 받았다.

교황은 그 해 5월 성가소비녀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보낸 축하 편지에서 “이곳(부에노스아이레스) 수도회 대표들에게 20여 통의 편지를 보내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는데 한국에서 수녀님들이 와주었다”며 “수녀님들은 교회 안에서 여성으로서 어머니의 부드러움을 지니고 복음을 전하는 진정한 선교사”라고 감사를 표했다.

성가소비녀회는 1943년 12월 25일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성재덕 베드로 신부가 설립한 국내 토종 수도회다. 가난한 사람, 병자, 장애인, 무의탁자들을 돌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주교황청대사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과 환담하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주교황청대사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과 환담하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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