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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 보고서에 담긴 조선사회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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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살인사건
김호 지음
휴머니스트 발행ㆍ400쪽ㆍ2만2,000원
규장각에 소장된 500여건의 검안자료를 들여다본 저자가 몇 가지 주제를 뽑아 꼼꼼하게 재구성한 이야기들이다. 검안이란 요즘 말로 ‘시체검사소견서’다. 한 사회의 밑바닥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데는 형사사건 판결문만한 것이 없다. 판결자료로 쓰인 검안을 열심히 들여다본 것도 “소민들의 이야기, 나아가 이중 삼중으로 억압받던 하층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희귀한 자료”여서다. 기생, 첩, 점쟁이, 용천뱅이(나병환자), 야소교인(기독교신자), 장돌뱅이 등 사회 주변부 인물들의 사연, 그리고 각자의 발화 배경을 흥미롭게 풀어뒀다. 조선의 법의학서이라 할 수 있는 ‘증수무원록’이 널리 알려지면서 한동안 조선시대 범죄물이 쏟아졌다. 증수무원록에 기초해 구체적 사건기록을 뒤진 이 책은 어떤 역할을 할까. 저자는 “성리학의 세속화에 따른 감정 과잉과 인정 투쟁의 생생한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다 했다. ‘인간의 도리’를 내세워 오히려 ‘인간의 도리’를 배반케 하는 역설이다. 그 역설이 변화의 씨앗이 됐는지는 판단이 다를 수 있겠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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