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낳은 위대한 건축가의 사생활

입력
2018.10.19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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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에이다 헉스터블 지음ㆍ이종인 옮김 

 을유문화사 발행ㆍ380쪽ㆍ1만8,000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남진의 이 노래가 바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프레리(대초원) 스타일’이다. ‘유기적 건축론’처럼 꾸며주는 말을 빼면 20세기 전반 급격한 산업화 물결 속에서 여전히 야생의 프런티어를 갈구하고 있음을 드러낸 전형적 미국식 건축이다. 자본주의 먹이사슬의 최고 포식자가 반자본주의적 라이프스타일의 교외 거대 주택을 선호하는, 일종의 역설이다. 그래서 프레리 스타일과 그 변종은 흑백거주구역 분리와 도심 슬럼화에 기여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에 비하자면 한국식 아파트 문화는, 몰취향스러운 콘크리트 덩어리라 아무리 비하해도, 오히려 이웃을 강제(?)하는 공동체적 거주양식일 지도 모르겠다. 미국식 근대 건축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라이트에 대한 평전이다. 거시적 이야기보다 변덕, 고집, 기행, 여자관계 등 개인적 삶에 더 집중했다. 신랄하게 비꼬는 문장들이 이어지지만 한편으론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그 때문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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