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입력
2018.10.16 19:00
31면

1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이번에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쪽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물꼬를 텄다. 특히 이주열 총재가 5일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와 목표에 근접한 물가를 이유로 금융안정 차원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했고 시장은 대세가 기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 서울 지역 아파트 값 폭등이 시중에 풀린 과다한 유동성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을 할 때 돈줄부터 조였더라면 정부 대책이 훨씬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여 일각에서 제기하는 외화 유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 미국은 경제가 올해 2.9% 성장할 전망이고 9월 26일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인상한데 이어 내년까지 두 차례 이상 올려 3%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5%이니 한 번도 인상하지 않는다면, 미국보다 150bp나 낮은 상황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취약한 신흥국에서 자본이 유출되고 그에 따라 일부 국가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보다 금리가 과도하게 낮다면 우리도 외화 유출의 안전지대만은 아니라는 걱정을 한국은행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가 세계 8위이고, 정부 재정 등 모든 건전성 지표도 취약 신흥국과는 차별화된다. 국제사회는 우리 경제에 대해 굳건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철저한 대비가 나쁠 것은 없다.

이번 금리 인상은 미래를 대비한 정책역량 확보라는 의의도 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 추세 속에서 장기적인 성장 전망이 어두운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했던 1980년대 말, 90년대 초의 분위기가 지금의 한국 경제와 유사하다는 인식이 맞다면 앞으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경기 부양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조금이라도 좋을 때 여력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문제는 지금이 금리를 올릴 적절한 시점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가 계속 내리막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OECD에 이어 IMF도 9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 전망을 당초의 3.0%에서 2.8%로 내렸다. 더욱이 내년도 전망치를 지난봄 2.9% 예상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버팀목이 되어 왔던 기업들도 성장세가 둔화되며 경기는 전반적으로 빨간 경고등을 켜고 있다. 주식 시장이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것도 경제 전망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경기는 어두워지고 있는데 금리를 올린다면 잘 나가지 않는 차의 브레이크를 밟는 결과가 될 것이다.

경제전망이 낙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장의 실세 금리가 반등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2017년 11월 2.15%에서 10월 현재 2.06%로 오히려 내렸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린 다음에는 더는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면, 실세금리가 돈줄을 조일 만큼 충분히 오를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등의 안정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오히려 영세 자영업처럼 소폭의 금리 인상에도 예민한 취약 업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을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보완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식어가는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는 올리되 재정을 보다 과감하게 푸는 조치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업종의 상황을 파악해 이들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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