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음식은 가보입니다. 잘 물려줘야죠”

입력
2018.10.16 14:06

영덕 갈암종가 김호진 종부 영호남 26개 종가 손님맞이상 소개

16일 경북도청 동락관서 ‘2018 종가포럼’ 900여 명 참석

[저작권 한국일보]김호진 갈암종가 종부가 16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열린 2018 종가포럼에서 9첩 반상으로 준비한 '명문종가의 손님맞이상'을 소개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김호진 갈암종가 종부가 16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열린 2018 종가포럼에서 9첩 반상으로 준비한 '명문종가의 손님맞이상'을 소개하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종가 음식은 가보입니다.”

경북 영덕의 갈암종가 김호진(69) 종부가 16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열린 ‘2018 종가포럼’에서 영호남 26개 종가의 손님맞이상을 선보였다. 종손과 종부, 유림단체, 학계에서 9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반상과 주안상, 다과상, 별식상 4개 주제의 상이 차려졌다.

퇴계종가에서는 퇴계가 좌의정 권철에게 대접한 보리밥과 가지 무침, 미역, 나물 등 3찬 밥상이, 전남 녹우당종가와 나주임씨종가 등에서는 젓갈상과 민어, 석계종가와 온계종가 등에서는 절기별로 종부의 손맛을 담은 떡국과 석이편이 상에 올랐다.

경부회 회장인 김 종부는 이날 사돈이나 손님이 왔을 때 대접하는 북어송이국과 보푸리 등 9첩반상을 내놨다. 경부회는 불천위 제사를 모시는 대구경북지역 종부 58명의 모임으로 올해로 9년됐다.

그는 “손님과 가까운 곳에는 물기가 있는 반찬을 배치하고, 구이는 가장 멀리 차리는 등 음식배치에도 법도가 있다”며 “담백하고 소박한 상이 경북지역 종가음식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 “호남 종가음식은 물자가 풍부하고 유배간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해산물과 궁궐 음식도 많이 보인다”고 평했다.

“종가음식은 정해진 조리과정 등이 없어 어릴 적부터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며 가보처럼 대대손손 내려왔다”는 그는 “옛날에는 종가에 항상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양조간장을 쓰지 않는 까다로운 조리법과 부족한 일손 탓에 지금은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고 비교했다.

지난 5월에는 종가음식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경북지역 60개 종가들이 종가음식문화보존회를 창립했다. 평소 흔하게 접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종가마다 전승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종부는 “종가음식문화보존회 등을 통해 종가음식의 조리과정과 상차림 등을 정립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매년 종가포럼 등에 참여해 전국 각지의 종가음식을 배우는 등 연구와 발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김 종부는 45년 전인 1973년 갈암종가로 시집왔다. 20년째 종가음식을 직접 만들어온 그는 “시어머님이 음식조리법을 가르쳐 주시면서 ‘다음 세대의 조리법은 다를 것’이라고 말씀한 것으로 미뤄 종가음식도 시대에 따라 어느 정도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종부는 “종가음식은 경험과 정성에서 우러나오는 귀중한 유산”이라며 “우리의 전통을 지키면서 좋은 것은 본받아 전승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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