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유럽 통합 이끈 프랑스, 한반도 평화에 기여를”

입력
2018.10.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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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제재 완화 통해 북 비핵화 촉진 필요” 언급도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파리 개선문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파리 개선문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 증진과 양국 관계 발전 방안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유럽 통합을 이끈 프랑스의 성원과 지지가 함께한다면 한반도는 평화를 이루고 동북아시아의 통합과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파리 개선문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한국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2년 만이다. 청와대는 “프랑스는 매해 2,3개국만 국빈방문을 접수하는데, 2년 만에 국빈방문이 성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식 환영식은 프랑스 정부 대표 영접, 양국 국가 연주, 의장대 사열 순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개선문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뒤 6ㆍ25전쟁 프랑스 참전용사도 만났다. 이어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내걸린 샹젤리제거리에서 1㎞ 정도 카퍼레이드를 하며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 도착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카퍼레이드는 프랑스 국가헌병대 내 공화국수비대 기병대 소속 말 146 마리와 오토바이, 사이드카가 호위한 채 진행됐다. 애초 파리 세느강변 산책 등 친교행사도 예정돼 있었으나 프랑스 남부 홍수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애도 분위기 때문에 엘리제궁 산책으로 변경됐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선언에서 2004년 수립된 ‘한ㆍ프랑스 21세기 포괄적 동반자관계’를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다자주의라는 공통 가치에 기반해 한 단계 격상하기로 했다. 또 한반도의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CVID)’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상회담 합의문에 CVID 문구가 들어간 것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입장에서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쓰여진 문구를 그대로 인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EU 공동외교안보정책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 결과 등 최근 한반도 정세도 언급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경우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과 생산 시설의 폐기뿐만 아니라 현재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물질 모두를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섰다면 유엔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하며 마크롱 대통령께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밝혔다. 유럽 통합 모델 및 1951년 창설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에서 영감 받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도 강조됐다.

문 대통령은 또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북한이 핵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가며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끊임없이 취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현재 문 대통령께서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공할 수 있도록 프랑스는 끝까지 지원하고 동반자가 되겠다”고 화답했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 궁에 도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 궁에 도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 232조 조치 여파로 EU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세이프가드 잠정 조치를 발표한 데 대해선 “EU로 수출되는 한국산 철강제품은 대부분 자동차 가전 등 EU 내 한국 기업이 투자한 공장에 공급돼 현지 생산 증대와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며 “세이프가드 최종 조치 채택이 불가피하더라도 조치 대상에서 한국산 철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정상은 또 공동선언에서 △한ㆍ프랑스 산업협력위원회 틀 내에서 혁신(산업클러스터, 중소기업 지원), 스타트업(프렌치테크), 산업(미래산업,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부정책 교류 지속 △외교ㆍ안보ㆍ국방 분야 협력 강화 등에도 합의했다.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모두 지난해 5월 임기를 시작한 인연도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같은 시기에, 닮은 모습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지향하는 가치도 비슷하다”며 “닮은 점이 많아 쌍둥이 같기도 하고, 연장자인 제가 득을 많이 보는 듯 하다”고 국빈만찬 만찬사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65세이고, 마크롱 대통령은 41세다.

파리=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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