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 제자 등이 기억하는 성철 큰스님을 담다

입력
2018.10.15 16:25
수정
2018.10.15 19: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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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은 "성불이란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디 부처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철 스님은 "성불이란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디 부처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1981년 1월 조계종 제6대 종정에 추대된 성철 스님(1912~1993)은 취임식에 나가지는 않고 이 같은 취임 법어를 전했다. 청빈한 성품과 수행의 가르침은 가까이서 모셨던 제자들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철 스님 열반 25주년을 기념해 인터뷰집 ‘성철 큰스님을 그리다’가 출간됐다. 유철주 작가가 직계 상좌 16명, 재가불자 20명 등 성철 스님을 가까이에서 모셨던 제자들의 증언을 모았다. 발간을 주도한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후배들이 선지식을 보고도 만나지 못하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펴냈다”고 설명했다.

성철 스님은 엄격하고 강직한 품행으로 후학들에게 ‘가야산 호랑이’라 불렸다. 누더기 승복을 입고 산중에 머물며 사치를 멀리해 사부대중에 존경을 받았다. 생전 ‘자기를 바로 봅시다’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 ‘남모르게 남을 도웁시다’는 세 가지 진리를 강조했다. 선지식으로 많은 국민의 존경을 받은 성철 스님은 1993년 11월 경남 합천의 천년고찰 해인사에서 눈을 감았다.

제자들은 “큰스님을 모신 것은 운명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책에는 그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성철 스님의 맏상좌 천제 스님과 두 번째 상좌 만수 스님의 이야기가 포함됐다. “큰스님은 빈부귀천의 차별이 없었으며 누구든 자기 기도는 자기가 해야 함을 역설하셨다”는 천제 스님의 회고에서 생전 ‘자기를 바로 보자’던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읽을 수 있다.

재가불자들은 성철 스님과의 인연과 각자의 일과에 따라 수행정진하고 있는 생활을 생생히 전했다. 유 작가는 “재가불자의 권위를 떨어트렸다는 등 큰스님을 둘러싼 오해가 있는데, 재가불자들을 만나면서 큰스님이야말로 재가불자 수행 정진의 표본을 제시하셨다는 걸 느꼈다”며 “책에 그 이야기를 오롯이 담았으니 큰스님의 가르침이 올곧게 전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은 24일 백련암에서 열리는 4일 4야 추모 참회법회, 27일 성철 스님 사리탑에서 진행되는 추모 삼천배 정진, 28일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봉행되는 25주기 추모재 때 대중에 이 책을 무료 법보시 할 계획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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