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가해자 몰린 어린이집 교사 투신... 신상공개 맘카페 마녀사냥 논란

입력
2018.10.15 15:08
수정
2018.10.15 18:4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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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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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려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30대 어린이집 교사가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맘 카페를 통한 과도한 신상털기에 부담이 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2시 50분쯤 경기 김포시 통진읍 한 아파트단지에서 A어린이집 교사 B(38)씨가 쓰러져 숨진 채 주민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14층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유서가 발견된 점을 토대로,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B씨는 A4 1장짜리 유서에서 어린이집 원생인 C군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며 ‘원망을 안고 가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지난 11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에서 열린 가을 나들이 행사 때 C군을 학대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한 시민이 “보육교사가 자신에게 안기려는 원생이 넘어졌지만 일으켜주지 않고 돗자리만 터는 것을 봤다”고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한 것이다.

이후 인천과 김포지역 맘 카페에 B씨가 아동학대를 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B씨 실명과 사진도 공개됐다. C군의 가족이라고 주장한 한 여성은 어린이집을 찾아와 원장과 B씨에게 거세게 항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수사 등을 통해 학대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기 전 B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마녀사냥 피해를 입었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B씨 동료로 알려진 한 여성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학대 신고와 함께 바로 맘 카페에 글을 올려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라며 “실명과 사진까지 오픈되고… 너무나 짧은 시간에 순식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우리 보육교사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라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보육교사는 맘 카페에서 실명까지 돌았다”라며 “개인정보까지 유출하며 신상털기를 서슴 없이 하고 있는 행위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인천과 경기지역 맘 카페에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장단 맞추는 마녀사냥 옳지 못하다’ 등 댓글이 달렸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온 아동학대 사건은 B씨가 숨졌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라며 “(B씨에 대한 신상 털기 글 등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상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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