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독일의 가을(10.18)

입력
2018.10.18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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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빈더의 다큐 '독일의 가을(1978)' 포스터. 시민들은 '가을'의 극적인 피날레로, 독일 적군파 원년 리더들의 1977년 10월 18일 '집단 자살'을 꼽곤 한다.
파스빈더의 다큐 '독일의 가을(1978)' 포스터. 시민들은 '가을'의 극적인 피날레로, 독일 적군파 원년 리더들의 1977년 10월 18일 '집단 자살'을 꼽곤 한다.

1977년 10월 18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스탬하임(Stuttgart-Stammheim)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독일 적군파(RAF) 핵심 인물 안드레아스 바더(Andreas Baader) 등 3명이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RAF의 또 한 명의 리더 울리케 마인호프(Ulrike Meinhof)도 한 해 전인 76년 5월 9일, 역시 감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생존자 증언과 정황 등 의혹이 많지만, 수사 당국은 집단자살이라고 발표했다. 10월 5일 독일 경제인연합회 회장 한스 마틴 슐라이어(Hans Martin Schleyer)를 납치, 독일 당국과 ‘인질교환’ 협상을 벌이던 RAF는 바더 등의 사망 직후 슐라이어를 살해, 다음 날 시신 소재를 공개했다. 1960년대 말부터 정치인과 판ㆍ검사 등의 납치ㆍ암살과 은행강도, 폭탄테러, 비행기 납치 등을 자행해 온 RAF는, 저렇게 리더들을 잃은 뒤 잠잠해졌다. 테러를 멈춘 건 아니었지만, 빈도나 강도 면에서 예전 같지 않았다.

RAF는 68혁명의 토양에서 돋아난 극좌 무장 테러조직이다. 프랑스 5월 혁명 한 달 전인 68년 4월 바더 등 일단의 독일 대학생들이 프랑크푸르트 백화점 두 곳에 폭탄테러를 감행했다. 자본-제국주의 폭력에 대한 보복 폭력이라고 그들은 표방했다. 바더는 70년 초 체포됐지만, 좌파 여성 저널리스트 마인호프가 바더를 인터뷰하겠다고 속여 법원의 그를 탈출시켰다. 직후 그들은, 바더-마인호프 그룹이라고도 불리는 RAF를 조직했다. 반자본주의와 반유대주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뭉친 그들의 목표는 ‘돼지들의 시스템(system of pigs)’ 즉 자본-제국주의의 전복이었다. 자금 마련을 위한 무장 은행강도, 경찰서와 미군부대 등에 대한 폭탄테러, 납치 테러…. 76년 엔테베 여객기 납치도 RAF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합작극이었다.

1978년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등이 전후 독일의 주요 사건들을 조망한 다큐멘터리 ‘독일의 가을(Deutschland im Herbst)’을 발표했고, 이후 사람들은 바더 등이 숨진 10월 18일을 기점으로 ‘독일의 가을’이 끝났다고 말하곤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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