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치원 경악할 비리와 교육부 묵인, 대표적 ‘교육 적폐’다

입력
2018.10.15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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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의 비리 혐의가 만연하다는 감사결과 공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5년 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혐의가 적발된 유치원 1,878곳의 명단과 실태가 국감에서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비리 유치원을 처벌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청원이 쏟아지는가 하면, 사태를 방치한 교육부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교육당국의 체계적인 관리감독 필요성이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참담한 심정이다. 유치원 교비로 원장의 외제 승용차 유지비와 아파트 관리비, 심지어 성인용품점 구입비용으로 쓴 경우도 있다. 1,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그것도 모자라 두 차례씩 받아가거나 자녀들을 유치원에 취직시키는 원장들도 있었다. 감사를 하려는 공무원에게 골드바는 물론 억대의 금품으로 회유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유치원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쓰여져야 할 돈을 원장 쌈짓돈처럼 쓴 사실에 학부모들은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교육부가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동안 비리 혐의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시민단체의 거듭된 명단 공개 요청에 교육당국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 내 부패척결추진단이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비리를 적발한 뒤 권고한 유치원 회계감사시스템 구축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특별교부금까지 받아 시스템 구축 작업을 벌이다 지난 2월 갑자기 사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런 배경에는 사립유치원 연합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입김과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사립유치원은 매년 2조원의 국고를 지원받고 있다. 교육당국의 회계관리와 감독 책임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절차다.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회계시스템 구축을 거부하는 사립유치원들도 문제지만 교육부 스스로 개혁을 포기하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은 물론 비리를 묵인해온 교육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문책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태야말로 근절해야 할 대표적인 ‘교육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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