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피니즘’ 도전정신으로 영원히 기억될 김창호 등 한국원정대

입력
2018.10.15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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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산맥 다울라기리산군의 해발 7,193m 고봉 구르자히말 등정에 나섰던 ‘2018 코리언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대원 등 5명과 이들을 지원하던 네팔인 가이드 4명이 13일 새벽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벽을 바로 오르는 새 루트 개척에 도전했던 이들은 3,500m 캠프에서 거센 눈폭풍을 만나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시신은 구조 헬리콥터를 이용한 네팔 당국의 수습이 마무리돼 바로 국내로 이송될 예정이다.

국내 산악인의 히말라야 도전은 1962년 경희대산악부의 다울라기리2봉 정찰등반으로 시작됐다. 이후 70년대 김정섭 형제의 마나슬루 도전 및 산악 사고로 히말라야 등정이 널리 알려졌다. 그 히말라야 도전사의 정점은 1977년 고상돈을 포함한 대한산악연맹 원정대의 에베레스트 등정이었다. 그러나 수천m 고봉 원정 등반은 자칫 목숨을 담보로 한 모험이기도 하다. 히말라야 등정 초기 김기섭ㆍ호섭 형제를 비롯해 고상돈, 박영석, 고미영 등 해외 등정 중 비운을 맞은 국내 산악인은 90명을 헤아린다.

무엇이 그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산에 오르게 하는 걸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끊임없이 도전하려는 ‘알피니즘’ 정신이다. 이번 원정대를 이끌다 사고를 당한 김창호 대장은 국내 알피니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서울시립대 산악부 출신으로 산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7,000m급 2개 봉우리 세계 최초 등정, 네팔 로체 무산소 최단시간 등정, 미등정봉 네팔 힘중 최초 등정 등의 갖은 기록을 세웠다.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를 무산소로 등정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새 루트를 개척하는데 앞장 선 산악인이었다.

김창호 대장은 수년 전 대한산악연맹 창립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등반가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등반가는 등반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 경험을 풍부하게 깊이 있게 하기 위해 한계와 열정을 불태운다”. 도전정신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의 하나임을 일깨우고 떠난 김창호 대장, 대원 유영직 이재훈 임일진,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합류한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와 그들을 지원했던 셰르파들의 이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슴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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