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은혜 신임 교육부 장관에 바란다

입력
2018.10.14 13:07
수정
2018.10.14 16:14
30면

장관 시각에 따라 교육정책 방향 달라

가치와 학부모 고려한 다양한 시각 필요

우리 현실에 맞는 교육정책 개발 꾀해야

교육부 장관이 국가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개별 사안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때 우리 교육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정책의 목표와 결과는 다르다. 우선 가장 외부에서의 시각이 있다. 이는 대체로 일국의 교육정책에 대한 밖에서의 인상에 가깝다. 극단적으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한국교육 예찬론이 이에 해당한다. ‘남의 속도 모른다.’고 시큰둥할 수도 있지만 이는 국가교육정책의 수장으로서 국제적 차원에서 교육정책의 비교우위를 거시적으로 점검하거나 우리 교육을 상대화하는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시각이다.

다음으로 우리 내부의 시각으로서 교육을 국가발전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교육의 산출 부분, 즉 노동력의 공급에 관심을 두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는 학교교육의 과정보다 단지 학교가 노동시장에 유능한 인간을 투입하느냐에 관심을 둔다. 따라서 사교육비 지출과 같은 가계 부문의 역할은 국가 및 공공부문의 지출을 대체해주는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서 교육은 경제의 종속부문이기에 기술적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본다. 이 시각은 국가경쟁력으로서 교육의 효과에 관심을 두거나 사회부총리로서 교육을 국가정책의 운영 전반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경우엔 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학교교육에 실제 참여하는 당사자들 내부의 시각이 있다. 교육의 수혜자로서 학생, 현장 교육자 그리고 자녀교육을 담당하는 학부모 측면에서의 관점이다. 이는 다양한 교육주체들의 고통, 희로애락, 욕망, 기대 등이 응축되어 나타나는 성격을 지닌다. 이 시각에서 교육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자식사랑과 같은 이기적인 욕망이 뒤섞여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 수장은 교육주체에서의 판단과 기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초등 영어교육 금지에 대한 전향적 관점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 또한 교육의 개혁적 차원에서의 미래 전망과 충돌할 수 있음에 유념해야만 한다.

교육부 장관은 교육정책을 결정할 때 그 성격에 따라 다양한 교육적 시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이를테면 미래지향적이고 장기적인 교육 사안들은 교육당사자들의 이해상충을 초월하는 방향으로 다루어져야한다. 또한 교육을 노동시장에 공급되는 인력양성으로 바라보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 강화, 교육의 불평등 해소, 교육의 공정성 등과 같은 가치지향적인 정책과는 엄밀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한다. 아울러 학부모로 대표되는 교육당사자들이 가지는 어려움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이론교육’의 탁상공론을 극복하고 ‘실물교육’의 작동 현실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처럼 다양한 시각들을 고려하는 정책은 쉽지만은 않다.

이를 감안하여 교육부는 우리 교육의 미래를 일거에 재단할 수 있다는 과욕을 버려야 한다. 다행히 이미 중앙 권력의 분산적 네트워크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초ㆍ중등교육은 이미 시ㆍ도교육청의 관할로 넘어갔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불확실하고 불가항력적이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학교교육제도를 위협하는 급격한 사회변동, 노동시장의 양극화 등 교육 외부에서의 변화는 기존 질서에 견주어 거의 파괴적인 수준이다. 이에 교육부는 지나치게 선제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그러한 ‘준(準)자연사적’ 변화를 고려한 교육시스템 개혁을 꾀해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미래 혹은 개혁이라는 표현으로 포장되어 제기되는 ‘외래(外來) 교육정책’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현장은 가히 ‘외래종 묘목 실험장’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지금도 예외가 아니다.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밖에서 복사해온 설익은 정책은 오랜 동안 숙려되어야 하며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충분히 견뎌내야만 수용가능하다. 교육부가 우리 교육현실에 착근되는 고유한 정책을 개발하는 데 미래지향적인 관점과 확고한 교육철학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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