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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소유스 우주선에 탑승했다 발사 직후 추진 로켓 고장으로 긴급 탈출한 미국 연방우주국 소속 우주인 닉 헤이그가 이날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공항에 무사 복귀해 가족과 만나고 있다. 바이코누르=AP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유인우주선 소유스 MS-10을 싣고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로켓이 직후 오작동으로 추락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인류가 만든 역사상 최대 우주 비행체인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가 소유스 로켓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00년 11월 이래 항상 우주인이 머물면서 관리하던 ISS가 무인(無人) 상태로 놓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완전한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유인 우주 작전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이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한 이후 유일하게 가동되던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인 소유스 프로그램이 일시정지돼, ISS로 가는 통로도 잠정적으로 막혔다. 나사는 자체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한 이후에는 1명당 7,000만달러 이상을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에 지불하며 우주인을 ISS로 보냈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버지는 이 여파로 ISS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무인 상태로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ISS에 남아 있는 우주인 3명은 나사 소속 미국 우주인 서리나 어넌, 로스코스모스 소속 우주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유럽우주국 소속 독일 우주인 알렉산더 게르스트다. 이들이 귀환을 위해 타야 하는 소유스 MS-09가 우주에서 버틸 수 있는 기한은 아무리 늦어도 내년 1월까지다. 이들은 이번에 발사된 소유스 우주선이 태운 나사 소속 닉 헤이그, 로스코스모스 소속 알렉세이 오브치닌과 교대를 해야 했지만 발사가 무산되면서 교대가 여의치 않게 됐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로스코스모스는 당장 ISS 체류 3명의 보급 물자가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내년 4월까지 ISS에 머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로스코스모스는 기존의 MS-09를 대체하는 구명정을 실은 무인 소유스 로켓을 발사하는 방안, 사건 원인 규명이 빠르게 완료된다는 전제 하에 12월 중 3명이 탄 소유스 로켓을 다시 발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게 되면 ISS를 무인 상태로 내버려둔 채 3명의 우주인을 복귀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ISS가 ‘빈 집’상태로 남겨지는 것에 대한 과학계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천체물리학자 캐서린 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지난 18년간 ISS는 유인 상태를 유지해 왔다”며 “ISS는 탑승자의 꾸준한 정비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물”이라고 말했다. ISS를 유지하는 주요 목적인 우주 공간에서의 장기간 과학 실험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소유스 이용의 대안으로 나사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기업 우주선 발사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나사는 이르면 내년 중 보잉의 ‘스타라이너’와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등이 ISS와 도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험을 위해서는 일단 ISS 내에 잔류하고 있는 우주인이 있어야 한다. 버지는 ISS가 무인화하거나 소유스 발사 일정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민간 우주선 발사 계획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인현우 기자 in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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