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실크로드 앙상블과 17일 내한 공연

본보와 이메일 인터뷰
다양한 문화권의 연주자들이 모여 창의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실크로드 앙상블. 유명 첼리스트 요요마는 음악을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실크로드 앙상블을 설립했다. 크레디아 제공

“우리는 분열된 시대에 살고 있어요. 문화는 이런 균열을 치료할 수 있게 해줍니다. 상대방의 출신이 어디든 서로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상상하며 이뤄 가게 해주는 거예요.”

예순을 넘어선 첼리스트 요요마(63)는 숫자만으로 압도적이다. 그가 낸 100여장의 앨범은 전 세계에서 700만장 이상 팔렸다. 그래미뮤직어워즈에선 상을 18번 받았다. 하지만 그가 이 시대의 음악가로 불리는 이유는 “문화는 우리 자신은 물론 서로 다른 이들과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그의 믿음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요마는 자신의 연주를 통해 문화가 사회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진다. ‘전 세계 70억 인구가 서로를 받아 들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음악’이라는 믿음에서 요요마가 문화ㆍ교육 비영리기관인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설립한 지 20년이 지났다.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중축을 담당하는 실크로드 앙상블과 요요마가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20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연다. 공연을 앞둔 요요마를 이메일로 만났다.

실크로드 앙상블은 2000년부터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연주자들이 모여 자신의 바탕이 된 음악을 연주한다. 첼로, 바이올린 등 클래식 악기와 한국의 장구 등 각 나라의 전통악기가 어우러진다. 생, 바우, 쇄납, 가이타, 타블라, 사쿠하치 등 낯선 이름의 악기들로 빚어낸 화음은 단순히 낯선 것들이 만났다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로 훌륭하다. 2016년 발매된 실크로드 앙상블의 6번째 앨범은 그래미에서 상을 받았다.

올해 한국 공연은 한국과 중국, 베트남, 남미의 음악이 한 데 모인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부터 현대음악 작곡가인 오스발도 골리호브, 재즈 연주자인 칙 코리아까지 말 그대로 음악 잔치가 벌어진다. 요요마는 “이번 서울 공연은 20년이 지난 실크로드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 같다”며 “서로 다른 음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협업에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게 공연의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카테고리는 사실은 만들어진 것이므로 우리가 다시 이 분류를 없앨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음악 내에서 장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뜻이었다.

첼리스트 요요마. 크레디아 제공

실크로드 앙상블은 창작곡을 만들기도 하고 각 문화의 전통 가락을 재해석하기도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대성 작곡가가 한국의 자장가 선율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자장가’가 초연된다. 요요마는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수많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위한 평화의 노래”라고 소개했다. “어머니가 불러주는 자장가의 따스함이 이 지역의 평화와 사랑을 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에서 작곡된 곡입니다. 사랑이 가득한 아시아의 미래가 다가오길 바랍니다.”

요요마는 프랑스 파리의 중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다양한 문화를 접한 그의 인생 자체가 연주에 녹아 든 것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불교 음악과 몽골, 캄보디아의 음악도 공부했다. 요요마는 “우리가 하는 것(연주) 그 자체 보다,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연습하는 데 진정한 가치를 두고 있다”고 했다. “실크로드 앙상블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하며 구성됐어요. 단원들은 모두 리더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모두 제2바이올린의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어요. 어느 누구도 실패하거나 낙오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음악은 다양한 방식으로 창의적일 수 있습니다.” 요요마가 약 20년 동안 맡아온 예술감독 자리를 젊은 아티스트 세 명이 넘겨 받아 실크로드 앙상블의 가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요요마의 다양한 실험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하는 건 바흐다. 요요마는 지난 8월 자신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발매했다. 요요마는 “힘들거나 기쁜 시기에 안식과 즐거움, 위안을 준 바흐의 첼로 모음곡은 나의 음악적 동반자였다”며 “작곡된 지 300년이 지난 이 음악은 우리가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 미국 9ㆍ11 테러와 보스턴 마라톤 폭발 사고의 희생자를 위로하는 자리에서 연주한 곡도 바흐 첼로 모음곡 5번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1번을 연주한다. 요요마는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 “저는 오랫동안 경제와 정치 옆자리에 문화를 위한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 왔어요. 하지만 문화가 바로 우리가 둘러앉아 경제와 정치를 논의하는 테이블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는 그 테이블을 가능한 한 크고, 강하고, 포용력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