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금융ㆍ통화전쟁으로 번지는 미중 무역전쟁

입력
2018.10.11 17:5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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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금융ㆍ통화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교역국과 징벌적 관세나 수출입ㆍ투자 규제 등을 격렬하게 주고받는 고전적 무역전쟁이 원거리 포격전이라면, 금융ㆍ통화전쟁은 공수부대가 투하되고 상륙작전이 감행되는 치열한 근접전이라고 할 만하다. 지금까지 석 달 넘게 전개된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중국 수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투자를 규제하는 선제 포격을 가하면, 중국도 응전 수준의 유사 조치를 발동하는 고전적 양상이었다.

□ 하지만 최근 양상이 급변하고 있다. 이미 중국의 대미 수출액 50%에 해당하는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고율관세를 매긴 미국은 여차하면 ‘관세폭탄’을 사실상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겠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1,1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으나 더 이상은 미국에 보복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며 현지 금융ㆍ통화 지표에도 위험 경고등이 잇달아 켜지고 있다.

□ 중국 상하이 증시는 지난 8일 3.72% 급락해 ‘블랙먼데이’를 연출한 데 이어, 11일 한때 5% 이상 또다시 폭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경기 악화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제자금의 탈(脫)중국 우려가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양상이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증시 부양 등을 위해 기업 감세 확대 계획과 은행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하향 조정하는 재정ㆍ통화 대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부양책은 가뜩이나 하락 중인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려 국제자금의 탈중국 우려를 높이는 딜레마 상황을 낳고 있다.

□ 설상가상은 중국 통화정책에 대한 미국의 시비다. 가라앉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중국은 금융 완화책을 시행해 왔다. 그 결과 위안화 가치는 3월 이후 10% 이상 하락해 최근엔 달러당 7위안에 육박했다. 그러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다음주 나올 환율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무역전쟁에 편승한 위안화 투기공격이 개시될 수 있고, 금융 위기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우리에게도 사활적 영향을 미칠 중국 경제가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지 걱정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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