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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내년 사제 장비 허용

연도별 육군 전력운용비 예산 규모_신동준 기자

육군의 ‘사제 장비’ 허용 방침은 큰 논란거리다.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등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의 경우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사제 장비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 비용까지 들이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장비 관련 국방 예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장병들에게 낙후된 장비가 지급되는 현 보급 체계와 납품 업체 선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임무 수행을 위해 장병들이 더 좋은 장비를 구입하는 것 자체를 막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국가가 우수한 제품을 보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센터장은 “보급 장비가 임무 특성에 맞지 않거나 노후화해 교체해야 하는데도 제때 보급이 안되니 특전사 요원들이 직접 사서 쓰는 게 현실”이라며 “임무 수행을 위해 자기 돈을 투자해 더 좋은 장비를 사는 걸 막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등 외국 군대도 인증 기준을 세워 쓸 수 있는 품목들을 정해주는 것처럼, 특전사 역시 국방 규격 내에서 허용 품목을 정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장병 외에 일반 보병부대 장병들에게까지 사제 장비를 허용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제 장비를 허용해 주는 게 맞다”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병들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고 부대 내에서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군에서 보급해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개인의 전투력이 중요한 특전사와 달리 일반 보병 부대는 장병들의 통일성과 사기가 중요하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어 품질 좋은 사제 장비를 쓸 수 있는 장병과 그렇지 않은 장병으로 구분되면 부대의 집단 전투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대영 연구위원도 “나라 지키면서 적은 월급도 감수하는 군인들이 사제 장비까지 구입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비 관련 예산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보급 장비의 품질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보급 체계와 납품 업체 선정 방식과도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다. 육군에 따르면 전력운용 예산은 2013년 11조5,999억원에서 올해 14조8,314억원으로 3조원 넘게 증가했다. 전력운용비에는 피복, 군수품 등의 사업비와 인건비 등이 포함돼 있다.

육군의 보급 체계는 일선 부대에서 필요한 물품이 있을 경우, 방위사업청이 입찰 공고를 내고 계약한 뒤 보급하는 ‘탑다운’ 방식이다. 비리 개입 소지를 줄이기 위한 방식이지만, 부대마다 필요한 장비와 지급 시기가 다른 점을 감안하면 집행이 더디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장병들은 필요한 물품을 받으려면 “영겁의 시간이 걸린다”고 표현할 정도다. 또 원치 않는 보급품이 올 때도 많다. 특전사 요원 A씨는 “국가가 필요한 장비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장비를 언제 지급받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직접 구매하게 된다”며 “예산에 맞춰 사용해 보지도 않은 장비를 보급해주고, 문제가 생겨도 계속 사용하게 하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경쟁입찰 방식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경쟁 입찰에서는 납품 단가를 낮춘 업체가 선정되는데, 가격이 낮으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경쟁 입찰에서는 최고 품질의 제품을 납품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대영 연구위원은 “미군은 부대마다 예산을 따로 배정해 원하는 장비를 직접 살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며 “우리 군 역시 유연성 있는 예산 제도와 장비 획득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권용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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