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술접대는 기본, 밑반찬 속옷까지... 제약사 영업직원에 도 넘은 의사 ‘갑질’

입력
2018.10.10 17:40
수정
2018.10.10 20: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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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수억원 리베이트 

 진술번복까지 압박 

 106명 입건…1명 구속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제발 철저히 수사해서 이런 관행 좀 없애주세요.” 의사와 제약사 간 리베이트 관행을 수사하던 경찰에게 한 제약회사 직원이 한 하소연이다. 직원들은 “골프접대나 술접대는 기본이고 아이들 유치원 행사에 대신 가 꽃을 전달하고 택배 물고기를 집까지 가져가 어항에 넣어준 일도 있다”면서 의사들의 갑질에 치를 떨었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A제약사로부터 300만원에서 최고 2억원까지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 106명을 입건하고 이 중 혐의가 중한 의사 윤모(46)씨를 구속했다. 또 이들에게 총 42억8,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이 회사 공동대표 남모(37)씨 등 10명과 병원 사무장 11명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의사 윤씨는 2014년 3월 울산에서 병원을 확장 이전하면서 돈이 필요하자 A사 직원에게 일정 규모 이상 처방에 A사 약품을 쓰기로 약정하고 1억5,000만원의 리베이트를 미리 받았다. 윤씨는 2017년 12월 수사가 시작되자 제약사 직원을 만나 “우리는 한 배를 탔다. 진술을 번복하면 변호사를 사줘 빠져나가게 해주겠다”고 진술 번복을 회유해 구속됐다.

의사 우모(47)씨도 전남 순천에서 병원을 개원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2억원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도를 넘은 갑질도 일삼았다. 한 의사는 매년 8시간 이상 이수해야 하는 보수교육(의사업무 전문성 향상 등을 위한 교육)에 제약사 직원을 대리출석 시켰고 또 다른 병원 원장은 바쁘다는 이유로 네 자녀의 어린이집, 유치원 행사 때마다 제약사 직원을 불러 꽃과 선물을 전달하게 했다.

부인과 자녀를 유학 보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는 한 원장은 제약사 직원 어머니한테 밑반찬, 속옷 마련 등을 부탁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약사 직원들이 털어놓은 골프, 술 접대는 너무 많아 아예 조사대상에 포함하지도 않았다”면서 “얼마나 갑질에 시달렸으면 직원들이 수사를 철저히 해달라고 부탁하겠나”며 혀를 내둘렀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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