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썹? 북한] 서울서 아침 먹고 기차 타고 베이징 가서 점심을?

입력
2018.10.10 09:44
수정
2018.10.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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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해 연내 착공식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해 연내 착공식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 ‘What’s up?’은 ‘무슨 일이냐’ 또는 ‘잘 지냈냐’는 뜻입니다. ‘와썹? 북한’을 통해 지난해까지 남한과의 교류가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북한이 현재 어떤 모습인지, 비핵화 협상과 함께 다시 움트기 시작한 북한의 변화상을 짚어봅니다. 한국일보가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투자’를 주제로 9~12월 진행하는 한국아카데미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합니다.

“서울~신의주 구간 400㎞(직선 거리로 계산)에 고속철도를 건설하면 2시간이면 도달 가능합니다. 베이징(北京)~신의주까지 (연결되면) 3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데, (이렇게 계산하면) 베이징~서울 구간을 기차로 주파하는 데 5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 거죠. 그야말로 서울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해 베이징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회의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한국아카데미’에서 남북이 철도 연결을 통해 ‘동북아 일일생활권’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철도 연결ㆍ현대화 사업을 두고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거나 ‘대북 퍼주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 자체보다는 효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다.

나 원장이 이러한 이야기를 꺼낸 건 “남북 경제협력이 전무했던 지난 10년간 중국ㆍ러시아가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봐야 철도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10여년 전만 해도 고속철도가 단 1㎞ 구간도 깔려있지 않던 중국의 고속철도망은 현재 2만5,000㎞에 달한다”며 급변하는 동북아 교통망으로의 편입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 화물의 경우 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 구간을 이동하는 데 14일이 걸리는데, 이를 7일로 줄이겠다는 ‘TSR 세븐데이 프로젝트’가 2025년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고 소개하며, “부산에서 북한 나진까지 하루 동안 움직이는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TKR-TSR 8일 프로젝트’ 진행이 시급하다”고 했다. 부산에서 나진까지 철도로 도달하는 시간이 하루가 되도록 해 “우편에 의존하던 화물을 퀵서비스로 배달하는”(나 원장) 대변화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철도를 새로 깔아주자’는 얘길 하는 건 아니다. 나 원장은 남북 철도협력을 3단계 로드맵으로 제시하면서 “1단계에서는 남북 철도를 최소한으로 개ㆍ보수해 연결하고 물류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재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어 2단계에서 북한 철도를 개량하고, 마지막 단계서 북한 철도를 새로 건설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봤다..

그는 “동해선의 경우 최고속력이 20㎞에 불과해 그대로 쓰기 어렵지만, 경의선은 40~5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며 “(경의선은) 여객 운송 수단으로서는 만족스럽다 하기 어렵지만 물류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동북아 물류 사업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남측이 보유한 기술력이면 당장 일주일 후 (개ㆍ보수를 거쳐) 운행이 가능하다는 설명과 함께 나 원장은 “북한의 노동ㆍ토지 요소와 남한의 자본ㆍ철도 기술 요소가 결합하면 남한의 4분의 1 사업 비용으로 물류망 건설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강연한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도 남북 철도경협 문제는 비용 문제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항, 도로와 같은 인프라 건설은 누가 맡아도(건설해도) 접근ㆍ이용에 문제가 없지만 철도는 국적이 있는 문제”라며 “북한 철도 고속화 작업을 한국이 하게 되면 우리의 고속철도로 북한 전역을 다닐 수 있지만, 중국에서 담당하게 되면 신호체계ㆍ제어수단은 물론 플랫폼이 달라서 (우리 열차가 그대로) 못 간다”고 했다. 남한 고속철도 시스템은 플랫폼에서 일정 높이를 올라야 열차에 탑승하는 구조로 설계된 반면, 중국의 시스템은 지하철처럼 플랫폼과 열차가 직선상에 놓이도록 설계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손 차관은 또 철도 공동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 문제를 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남한 기준으로 추산한 사업 비용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비용은 사업 내용과 추진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다”며 “남북 철도 경협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비용 추계는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여러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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