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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초대형 유류탱크 폭발화재 사고가 한 외국인 근로자가 날린 풍등 불씨가 옮겨붙으며 발생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사실로 최종 확인된다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국가 주요 기간시설이 바람에 날아온 풍등의 불씨에 폭발할 정도라면 안전관리 시스템이 형편없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8일 고양시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서울북부저유소 유류탱크 폭발화재 사건과 관련,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한 명을 긴급체포했다. 인근 공사장 인부인 그는 화재 발생 직전 저유소 인근 야산 터널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려 화재를 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풍등은 등 내부 고체연료에 불을 붙여 뜨거운 공기를 이용해 하늘로 날리는 소형 열기구로, 공사장과 저유소 사이 거리는 1km 정도라고 한다. 이 풍등이 저유시설 잔디밭에 떨어져 불이 붙었고, 불씨가 저유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들어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스리랑카인의 행적을 확인해 검거했다. 하지만 저유시설이 이 정도 불씨에 대폭발이 날 정도로 취약하다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행여 동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폭죽은 물론 의도적 방화 등에도 속수무책이란 의미 아닌가.

문제는 또 있다. 전문가들은 유류탱크 화재 발생 시 자동 감지ㆍ진화하는 시스템이 미작동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폭발음을 듣고 직원이 분사 버튼을 눌렀을 때는 기름이 가득 찬 유류탱크의 특성상 상황 대처가 한참 늦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경우는 시스템 점검 소홀 등에 따른 인재로 귀결된다.

사고 저유소는 서울북부저유소 내부에 설치된 7,700만ℓ가 저장돼 있는 14개 저장탱크 중 하나다. 자칫 다른 탱크로 불이 옮겨 붙었더라면 피해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했을 것이다. 이 같은 저유소는 판교와 대전 천안에도 있으니, 우선 전체 저유소에 대한 정밀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차원의 각종 안전진단과 대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제 유류탱크 폭발화재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것을 재확인해주었다. 생활 주변의 위험 요소를 다시 꼼꼼히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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