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막아주는 안저검사… 국민건강검진에 포함해야

입력
2018.10.0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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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視)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면 실명한다. 초기 자각증상이 없는 안질환은 무엇보다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안저검사(fundus examination)는 안저카메라나 세극등을 이용해 동공을 통해 눈 속 유리체, 망막, 맥락막, 시신경유두와 혈관 등을 확인하는 검사다. 이 검사로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고혈압망막병증, 망막혈관질환, 기타 시신경병증 등 실명을 유발하는 안과질환 대부분을 진단할 수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진행 정도도 알아낼 수 있다.

안저검사는 눈 노화가 진행되는 40세 이상이라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주요한 신체검사다. 하지만 1~2년에 한번씩 받게 되는 국가검진인 생애주기별 국민건강검진 항목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조기ㆍ정기 눈검진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영훈 김안과병원 교수팀이 김안과병원에서 녹내장을 처음 확진한 환자 484명을 대상으로 녹내장 진단 경로를 조사한 결과, 다른 증상으로 안과를 찾았다 우연히 발견한 케이스가 74.2%나 됐고, 안저검사가 포함된 건강검진으로 발견한 것도 12.4%였다.

안저검사 주기는 따로 없지만 눈 노화가 진행되는 40세 이상이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 번 정기 검사하는 게 좋다.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 안과검진을 받아야 발견할 수 있어서다. 나이가 들어 시력이 떨어지면 노안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수정체 혼탁으로 빛의 투과성이 떨어져 뿌옇게 보이는 백내장을 노안으로 착각해 방치하기 쉽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는 녹내장은 초기 자각증상이 없는 대표적 질환이다. 3대 실명질환 중에 하나인 녹내장은 여러 원인에 의해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시력을 잃는다. 시력 이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의 노화로 시세포가 퇴화돼 발병한다. 하지만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중증이 되면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고, 직선이 굴곡져 보이며 눈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보인다. 이 때는 세포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돼 원래 시력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병변이 황반 중심에 가까울수록 초기에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2년 안에 실명한다.

당뇨망막병증은 혈관 이상이 황반부를 침범하게 돼 시력이 떨어지는 병이다. 그러나 시력으로 증상 정도를 알기 어렵다. 진행이 상당히 된 망막병증에서도 황반부 침하가 없으면 시력이 좋게 나오고, 병변이 황반부에 집중되면 시력이 심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증상이나 통증이 거의 없다가 중기에 비문증, 광시증, 시야 흐림, 야간 시력저하, 독서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 환자도 안저검사가 정기적으로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의 70%에서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하고, 당뇨병이 있는 여성이 임신하면 비증식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할 확률은 10%, 비증식당뇨망막병증이 증식성으로 나빠질 확률이 4%이기 때문이다.

이동원 김안과병원 망막센터장은 “당뇨병 환자는 최소 3개월에 한번씩 안저검사를 통해 경과관찰을 해야 한다”며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40대 이상 환자도 별다른 눈 이상을 느끼지 못해도 정기적인 안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눈질환이 의심된 환자가 안저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김안과병원 제공
눈질환이 의심된 환자가 안저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김안과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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