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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시티투어버스 도심고궁 노선에 탄 외국인 여성 관광객들이 한국일보 카메라를 향해 손짓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덕수궁은 19세기 말, 고종황제가 마지막까지 거처했던 곳입니다. 원래 이름은 경운궁이었으나 고종의 뒤를 이은 순종이 아버지의 거처인 이곳에 ‘덕수’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합니다. 왼쪽으로 1926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구 서울시청사와 서울광장이 보입니다.”

9월 18일 오전10시30분 서울 광화문 한국금융사박물관 앞 정류장을 떠난 시티투어버스가 덕수궁 앞에 이르자 흘러나온 안내방송이다. 햇살이 비치는 날씨였지만 일반 버스와 같은 구조로 에어컨이 가동되는 앞쪽 좌석보다는 지붕과 창이 열린 뒤쪽에 승객이 더 많았다. 안내가 나오자 선글라스를 끼고 뒤쪽에 앉은 콜롬비아인 마리아 리아노(50)는 의외로 오른쪽의 덕수궁이 아닌 왼쪽의 시청을 바라보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스마트 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었다.

마리아는 “이걸 타고 바깥 풍경과 도시를 바라보며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그는 ‘도심의 교통체증 때문에 이용에 불편하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콜롬비아는 더 심해서 신경 안 쓴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지자 마리아는 어디서 내려 점심 식사를 해야 좋을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옆자리에 탄 친구들과 한참 상의한 끝에 내린 곳은 이태원. 우리 말을 못해도 음식 주문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들이 탄 서울시티투어버스는 도심고궁 노선을 비롯해 시의 한정 면허를 받은 2개 민간 여행사가 6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노선을 정해 1만2,000원~1만8,000원(성인 기준)의 일일 승차권을 끊으면 오전9시~오후6시 매시 정각과 30분에 노선 별로 첫 출발지를 떠나는 버스를 노선 안의 각 정류장에서 횟수 제한 없이 승차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다 보니 마리아처럼 어떤 노선을 선택, 어디서 타고 내리며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승객이 많다. 시 관광마케팅팀의 추천과 이날 시승을 바탕으로 승객 유형별로 정리했다.

◇도심ㆍ고궁ㆍ남산을 동시에 즐기려면

서울의 도심ㆍ고궁ㆍ자연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시티투어버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도심고궁 노선을 고려해볼 만 하다. 이 노선은 덕수궁,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의 옛 궁을 들르는 덕에 버스를 이용해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서울의 독특한 풍경을 둘러보는 매력이 있다. 실제 이 버스에는 각 궁 앞에서 타고 내리는 승객이 많았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전체 45석 가운데 절반 안팎의 자리가 찼다.

도심고궁 노선의 하이라이트는 지붕이 열린 버스를 타고 벚꽃 길을 따라 남산을 오르는 구간이다. 이날 도심을 지난 버스가 용산에 이르자 시야는 탁 트였지만, 일부 구간은 정체로 매연이 느껴졌다. 버스가 지붕을 연 채로 남산 3호 터널을 지날 때는 한 마디로 황당했다. 하지만 남산 벚꽃 길에 이르자 공기 질은 확연히 달라졌다. 산 속 벚나무 길이 펼쳐진 것이다. 승객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남산을 내려온 버스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멈췄고, 창덕궁과 경복궁을 지나 광화문으로 돌아온다. 청와대 앞에서는 차도르를 입은 외국인 여성 승객들이 탑승했다. 청와대 전경을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이다. 이 곳에 내려 청와대 사랑채로 가면 역대 대통령들이 외국 정상에게 받은 선물과 대통령 집무실 모형도 볼 수 있다. 청와대 앞에 정차하는 시내 버스는 이 것뿐이다.

◇쇼핑ㆍ패션ㆍ한류에 관심 많다면

쇼핑에 주안을 둔 관광객이라면 강남투어 노선을 선택하면 좋다. 이 노선은 상가가 밀집한 강남역, 코엑스,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 거리는 물론 면세점이 인접한 잠실역, 봉은사거리를 들른다. 강남순환은 패션, 한류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에게 적합한 노선이기도 하다. 연예기획사가 밀집한 K-POP엔터테인먼트 정류장과 한류스타거리를 들르는 덕택에 한류에 관심 있는 외국인이 많이 타는 노선이기도 하다. 시티투어버스 전 노선은 영어와 우리말로 안내방송을 한다. 좌석 옆에 부착된 ‘다국어음성안내서비스 시스템’에 이어폰을 꼽으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불어 등 총 12개국어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도심고궁 노선도 쇼핑에 편리한 노선이다. 이날 도심고궁 노선 버스가 남대문에 이르자 쇼핑을 방금 마친 듯한 내국인 중년 여성 일행이 탑승해 남산한옥마을에서 내리기도 했다. 이 노선은 명동, 이태원, 동대문 등 쇼핑의 명소도 들른다. 이 중 한 곳에서 내려 쇼핑을 마친 뒤 다음 쇼핑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용산역에서 내리면 인근 면세점ㆍ백화점을 들른 뒤 용산 전자상가로 이동하는 동선을 짤 수 있다.

강남투어 버스는 트롤리 버스(무궤도 전차) 모양으로 개조해 외형과 실내장식이 옛 정취를 풍긴다. 원래 강남구가 운영했지만 적자가 누적되자 시가 넘겨받아 민간업체에 운영을 맡겼다. 다만 트롤리 버스는 지하철을 연상케 하는 좌석 때문에 승차감이 떨어지므로 이용하는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데이트에 안성맞춤

데이트 하는 남녀라면 오후7시30분에 하루 한 번 운행하는 야간 노선이 어울린다. 광화문을 출발해 약 1시간30분 동안 야경이 돋보이는 여의도 등 강변북로를 타며 한강변과 남산 등을 달린다. 오후8시부터 오색 분수를 가동하는 반포대교를 지나며 세빛둥둥섬의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남산 정상에서 30분 동안 자유시간을 보낸 뒤 다시 승차하면 남대문시장을 거쳐 도심으로 돌아오면서 청계천 야경을 또 한번 감상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관광 성수기인 7, 8월에 ‘호러 나이트 투어’ 노선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한강, 여의도, 세빛섬, 성수대교를 거쳐 서울의 야경을 즐기는 노선이다. 남산 기슭에서 갑자기 멈춰 선 버스에 ‘처녀 귀신’이 탑승해 승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한 여름 더위를 고려해 아이스커피ㆍ아이스티도 제공했다. 이 노선은 승객 호응이 좋아 지난달까지 연장 운행했다.

서울시티투어버스의 각 노선은 유명 음식점을 끼고 있어 버스를 타고 이른바 ‘맛집 투어’를 다니는 것도 한 이용 방법이다. 도심고궁 노선의 경우 맛집이 즐비한 경리단길, 이태원동, 명동은 물론 유명 냉면집ㆍ족발집이 인접한 장충단공원에서도 멈춰 선다.

◇전통문화ㆍ파노라마ㆍ하이라이트 노선도

이밖에 한국 고유의 시장을 두루 방문하고 싶은 외국인이라면 통인시장, 동묘ㆍ도깨비시장, 서울풍물시장 등을 경유하는 전통문화 노선을 추천한다. 이 버스를 타고 인사동에서 내리면 전통공예품 등 쇼핑을 한 뒤 최근 시민과 관광객 통행이 많아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인기 관광지가 된 북촌으로 건너갈 수 있다. 서울 방문이 처음인데 여유 시간이 부족하다면 광화문에서 출발해 남산, 강남역, 세빛섬, 노량진수산시장, 63빌딩, 홍대를 거쳐 광화문으로 되돌아오는 파노라마 노선으로 도심을 ‘주마간산(走馬看山)’ 할 수도 있다. 이국적인 빨간색 2층 버스를 타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잠실까지 둘러보며 쇼핑을 하거나 시내의 상징적인 공간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하이라이트 노선이 제격이다.

서울시티버스는 지난해부터 시내버스처럼 남산한옥마을 등 이용객이 많은 정류장 12곳에 버스정보 안내 단말기(BIT)를 설치해 정류장에서 버스 도착시간을 미리 볼 수 있다. 또 스마트 폰에 ‘아이 투어 서울(I tour Seoul)’ 어플리케이션을 깔아 배차간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줄어드는 승객 붙잡고, 환승할인ㆍ와이파이 등 보완해야

서울시티투어버스는 1997년 민간주도로 첫 운행을 했으나 8개월 만에 적자로 중단됐다. 2000년 수입금을 서울시가 관리하고 필요 운송비용을 보조하는 한정면허로 민간 여행사가 시티투어버스를 재개했고 2003년 민간자율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올해(1월~7월) 서울시티투어버스 이용객은 총 10만1,838명(외국인 3만5,459명ㆍ내국인 6만6,372명)이다. 도심고궁, 전통문화, 파노라마, 야간, 하이라이트, 강남투어 노선 순으로 이용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이용객은 21만5,830명(2015년)→19만3,785명(2016년)→18만9,045명(2017년)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때문에 시는 서비스 환경을 개선하고, 프로그램을 다양화 해 이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야간 노선과 ‘호러 나이트 투어’ 노선 등이 이런 고민 끝에 나와 최근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김국진 시 관광마케팅팀장은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촛불 집회,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등 국가적 사태가 이어진 것이 서울시티투어버스 승객 감소에 큰 영향을 줬다”며 “테마형 버스를 개발하는 등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IT를 융합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으로 타개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티투어버스는 6개 노선을 2개 민간 사업자가 나눠서 운영하기 때문에 사업자가 다른 노선 간, 야간노선은 환승 할인이 되지 않는 것도 관광상품으로서 약점으로 지적된다. 무료 무선 인터넷 공유기(WiFi)도 버스에 설치돼있다. 하지만 직접 타서 이용해보니 신호가 약해 인터넷이 연결됐다 끊기기를 반복해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티투어버스 이용 관련 불편 신고, 개선 제안은 버스 홈페이지나 시 120 다산콜센터에 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 한국금융사박물관 앞 정류장을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 도심고궁 노선에 오르고 있다. 고영권 기자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지난달 18일 중구 세종대로를 달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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