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거성의 큰소리, 행동으로 이어질까

입력
2018.10.06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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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all) 단두대.”

2016년 보수 진영을 대표해 JTBC ‘썰전’에 출연하던 전원책 변호사는 당시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순실 국정농단을 이 두 단어로 평했다. “별 것 아닌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큰 힘을 발휘했다면 그걸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합니까”라고 물으며, 부패한 인사들은 전부 척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본업은 변호사지만 등단한 시인이면서 언론계에도 몸 담았던 덕분일까. 현안마다 내놓는 촌철살인 평론은 그를 인기 정치 평론가 반열에 올렸다. 대표적인 보수 논객이면서도 이념을 막론하고 성역 없이 쓴 소리를 쏟아내는 그에게 네티즌들은 ‘전거성’이라는 칭호를 선사했다. 아, 여기서 거성은 ‘큰 별’(巨星)이 아니라 ‘큰 소리’(巨聲)란 뜻이다.

하지만 강한 개성만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JTBC 신년 토론에서 보인 막무가내식 태도는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는다.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토론 도중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어떻게 지도자 소리를 듣겠느냐” 같은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던 모습은 그를 지지하던 이들에게도 실망을 안겼다. 각종 방송 출연으로 얻은 명성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TV조선 메인뉴스 앵커를 맡았지만 잇단 구설에 반 년도 못 가 하차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자유한국당이 인적 청산의 칼자루를 맡겼다. 전 변호사는 지난 4일 한국당의 당협위원장 자격 심사를 책임지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직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YS(김영삼)와 DJ(김대중)가 지명하면 빗자루 몽둥이도 국회의원이 된다는 말이 있었다”며 “누군가 한 사람이 나타나면 쭉 줄을 서는 우상숭배 정치를 그만둘 때가 됐다”고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전면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몇몇 당 중진이 ‘공화주의’ 이런 말을 자주 쓰는데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며 당내 최대 계파 수장 중 한 명을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행동도 말만큼 독할까, 독설로만 끝날까. 그는 일단 칼을 뽑았고, 한국당의 미래가 그 칼끝에 달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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