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캐버너 의혹’ 보고서 제출… 트럼프 “증거 없다”지만 인준은 안갯속

입력
2018.10.04 18:06
수정
2018.10.0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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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인준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3일 워싱턴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인준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3일 워싱턴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하는 시위대가 '브렛 캐버노는 안 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하는 시위대가 '브렛 캐버노는 안 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브렛 캐버노 미국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연방수사국(FBI) 조사 보고서에 그의 성폭행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백악관은 전날 밤 FBI에서 관련 문서를 제출받아 내용을 검토한 뒤, 이날 새벽 이를 상원에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캐버노 후보자가 “가혹하고 불공평한 대우를 견뎌야 했다”면서 “이 같이 휼륭한 삶이 야비하고 비열한 민주당과 단 한 줌도 입증되지 않은 의혹에 의해 파멸될 리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관련 보고서를 통해 캐버노 후보자의 인준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FBI 보고서를 확인한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반응은 당 입장에 따라 엇갈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은 “(FBI의) 조사가 빈틈 없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의원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없다”며 “불완전한 조사의 결과”라고 혹평했다. 캐버노 본인은 물론, 그의 성폭행 의혹을 최초 고발한 크리스틴 블레이지 포드 미 팰로앨토대 교수 등 몇몇 핵심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지적했다.

게다가 미 언론의 의혹제기가 계속되고 있어 이번 주 내로 예상되는 상원 전체 표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캐버노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포드 교수 흠집내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CNN은 ‘캐버노 증언 중 의심스러운 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캐버노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의회 청문회에서 했던 답변을 일일이 분석하며 신뢰성이 떨어지는 대목이 많다고 지적했다. CNN은 우선 캐버노가 음주 가능 연령에 대해 “고등학생이었지만 고등학교가 있던 주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였다”고 답한 것과 관련, “캐버노가 다닌 고등학교가 있는 메릴랜드주는 그가 17세이던 1982년 7월 음주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조정했고, 그 이전에는 허용한 바 없다”며 캐버노 답변의 부정확성을 꼬집었다.

CNN은 또 캐버노 후보자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최소 5명의 동창들이 이를 반박하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대학 시절 캐버노의 룸메이트였다는 제임스 로쉐는 “그가 술을 마시고 의식이 나간 걸 본 적이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동창은 “그가 (술버릇에 대해)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 뻔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캐버노 후보자가 1983년 스스로를 ‘술꾼’이라고 표현한 글을 공개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당시 예일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캐버노는 해변 파티를 앞두고 친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가 소란스럽고 아주 불쾌한 술꾼들(obnoxious drunks)이라는 점을 (콘도) 주변에 경고해야 한다”고 썼다. 지난 1일에는 캐버노의 예일대 동창인 찰스 채드 러딩턴이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캐버노가 대학 시절 술을 마시고선 술에 취해 공격적인 행동을 하곤 했다고 폭로했다. 러딩턴은 캐버노가 술에 취해 어떤 남성의 얼굴에 맥주를 던져 싸움이 일어났고, 그 결과 친구 중 한 명이 경찰에 끌려간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 교수를 조롱하며 캐버노 편들기에 나섰다. 2일 미시시피주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유세 현장에서 포드 교수가 청문회에서 일부 질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언급한 부분을 비꼬면서 캐버노를 지지했다. 보수 성향의 친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는 3일 포드 교수의 전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이가 보낸 서한을 공개, 포드 교수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을 내보냈다. 1992~1998년 포드 교수와 교제한 경험이 있다는 이 남성은 서한에서 포드 교수가 트라우마로 비행기 공포증을 겪고 있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 자신은 포드 교수로부터 캐버노에 관한 일을 들은 적이 없으며, 포드 교수와 함께 비행기를 탄 적이 있지만 그녀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또 포드 교수가 청문회 증언에서 거짓말탐지기 관련 조언을 누군가에게 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포드 교수가 지인인 모니카 맥린 전 FBI 직원이 FBI 취업을 준비할 당시 혹시 모를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대비해 맥린에게 관련 조언을 해준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포드 교수가 2012년 남편과 함께 부부 심리 치료를 받기 전까지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 남성의 폭로는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드 교수 외에도 캐버노 후보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는 4명이 더 있다.

여론도 포드 교수의 증언을 신뢰한다는 의견이 조금 더 많은 상황이다. 미 공영 NPR이 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5%는 포드 교수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답했다. 캐버노를 신뢰한다는 의견은 33%였다.

한편 미 상원은 5일 토론종결을 거쳐 이르면 6일 캐버노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전체회의에서 표결할 예정이다. 상원 100명 중 공화당은 51명, 민주당은 49명이라 상원 인준 전체 표결에서 공화당 내 이탈표가 2표만 생겨도 캐버노의 대법관 취임은 무산될 수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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