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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아프가니스탄 10월 20일 총선

아프가니스탄 총선(10월20일)을 앞두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수도 카불 거리에 출마 후보들의 포스터가 화려하고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내걸려 있다. 유권자 수 부풀리기 의혹, 끊이지 않는 폭력 사태로 인해 ‘총선 연기’ 주장까지 나오는 등 아프간의 혼란은 여전하지만, 이 같은 거리 풍경은 선거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는 모습이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구할 수 있을까?”

미국 워싱턴 소재 중동연구소의 아리프 라피크 비상임연구원은 지난달 6일 외교안보 전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하원의원 249명을 뽑는 이달 20일 총선, 그리고 내년 4월 대통령 선거가 부패와 폭력, 문맹과 빈곤에 시달리는 이 나라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우게 될지 물은 것이다. 그의 답변은 대단히 회의적이다. 2001년 9ㆍ11 테러와 미국의 침공, 탈레반 정권 붕괴가 이어지며 수립된 아프간의 현 정치 체제는 “이름뿐인 민주주의”이며, 따라서 선거는 해법이 못 된다는 것이다. 지난 17년간의 선거들은 분쟁과 분열, 폭력의 악순환만 키웠다는 게 라피크 연구원의 진단이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01년 이후 아프간에서 치러진 세 번의 대선, 두 번의 총선 가운데 부정선거 논란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선거 결과 불복 선언→존 케리 전 미 국무장관의 중재→재검표’의 과정을 거쳐 통합정부라는 명분하에 ‘아슈라프 가니(승자) 대통령-압둘라 압둘라(패자) 최고행정관’이라는 어정쩡한 권력 분점으로 귀결된 2014년 대선은 그 결정판이었다.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4년이 흘렀음에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선거 제도 개혁은 이뤄지지 못했다. 또 미국이 지원하는 정부와 탈레반 간의 무력 충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무차별 테러는 이 나라를 계속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당초 2015년 9월이었던 총선이 3년여가 지난 지금에야 겨우 실시될 정도이니, ‘온전한 선거’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달 2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노상에서 10ㆍ20 총선에 출마하는 한 후보(오른쪽 두 번째)가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4월 대선의 ‘테스트’… 투명선거가 관건

사실 이번 총선은 6개월 후 대선의 ‘예행 연습’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주류 파슈툰족(인구의 42%)과 타지크족(27%), 하자라족(9%), 우즈베크족(9%) 등 10여개 종족으로 구성된 아프간에선 정치세력이 종족과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고, 정당 정치도 발달하지 않아 총선 결과로 큰 폭의 정치적 변화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현재 하원의 제1당인 타지크계 정당 ‘자미아트-에-이슬라미(JI)’의 의석 수는 17석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선의 무게감은 다르다. 대통령 중심제인 탓에 대통령이 상원의원 3분의 1(전체 102명 중 34명)을 지명하고, 주지사 전원(34명)의 임명ㆍ해임권도 행사하기 때문이다. 10월 총선을 알자지라는 “대선의 테스트”라고 규정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대선의 성패, 운명을 좌우하는 단계”라고 했다. 가디언 역시 “총선을 둘러싼 혼란과 두려움 위로 비치는 건 내년 대선”이라고 봤다.

그렇다고 이번 총선을 과소평가해도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가니 정권으로선 지난 대선 때의 혼란을 반복하지 않고, 안정적인 재집권을 위해서라도 남은 2주 동안 ‘엄정한 선거관리 능력’을 보여야만 하는 입장이다. 총선 과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프간에서 투표를 하려면 각 지역 유권자 등록사무소에서 사전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또다시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과거 서로 피를 흘리며 싸웠던 무장정당들이 “유권자 수는 900만명 이상”이라는 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너무 많이 부풀린 비현실적 수치”라고 똑같은 목소리를 내며 한데 뭉쳤다 이들은 지난달 15일부터 북부 발크주, 남부 칸다하르주, 서부 헤라트주의 선관위 사무소를 폐쇄하고 ‘총선 연기’ 요구 시위도 벌이는 중이다.

구체적 근거도 있다. JI의 한 당원은 NYT에 “한 명이 다섯 번이나 유권자 등록을 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 카불의 싱크탱크 ‘아프간 분석 네트워크(AAN)’도 “팍티아, 님루즈, 낭가하르, 누리스탄 등 4개 주에선 등록 대상 유권자보다도 많은 사람이 등록했다”며 “유권자 등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일부는 폭력사태가 극심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탈레반과 IS 모두 총선에 반대하며 ‘선거 참여자 공격’을 경고하는데도, 위험 지역의 등록률이 높은 건 의심스럽다는 뜻이다. 때문에 유권자 생체 인식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NYT는 “선거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합의, 신뢰할 만한 감독 기구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아프가니스탄 보안군 소속 군인들이 2일 낭가하르주 카마 지구에서 선거 유세장을 노린 자살폭탄 테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슬람국가(IS)가 범행을 자처한 이날 공격으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부상을 입했다. 카마=AP 연합뉴스
◇탈레반ㆍIS 위협, 종족분쟁 등 불안요소 산적

불안 요소는 더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 미국과 평화협상을 하면서도 지난 8월 전략적 요충지인 동부 가즈니에서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는 등 세력 확산을 멈추지 않고 있다. BBC는 “탈레반이 완전히 장악하거나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는 지역은 영토의 70%로, 2001년 정권 붕괴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유권자 등록사무소, 무슬림 사원 등 밀집 지역을 노린 IS의 테러 공격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나흘 만인 2일에도 낭가하르주 유세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14명이 숨졌다. 게다가 탈레반과의 정치적 합의를 추구하는 파슈툰족에 대한 비(非)파슈툰 종족들의 경계심과 불안감도 깊어지고 있어 종족 분쟁의 심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탈레반의 주류도 파슈툰족이다. WP는 “총선에 대한 아프간인들의 논쟁과 항의가 이제 그들 내부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8년 만의 아프간 총선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심지어 일부 지역의 총선 또는 내년 4월 대선이 결국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제기된다. AAN은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공식 발표는 없지만, 가즈니 지역의 총선 절차는 조용히 중단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라피크 연구원은 “대선이 연기되거나, 선거에서 진 쪽이 결과에 불복할 경우엔 아프간의 포스트 9ㆍ11 체제는 본격적인 정당성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미국과 국제사회는 ‘백업 플랜’을 세워둬야 하는데, 초헌법적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아프간 현지인들은 적지 않다. 1979년 소련 침공 때 할아버지를 잃고, 2000년대 초 남편이 미군에 고문을 받았으며, 올 여름에는 오빠(잘마이 와르닥 내무장관)마저 괴한에 살해됐다는 여성 사업가 자키아 와르닥(53)이 대표적이다. 그는 강력한 기득권층에 맞서 싸우겠다면서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젊은 정치인들 중 한 명이다. 아프간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와르닥은 가디언에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 추억인 ‘평화의 나라’로 이 사회를 다시 개조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불의가 많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의회로 진출하면 민중의 목소리를 높여갈 수 있습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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