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55년 만에 여성 수상자 나왔다

입력
2018.10.02 19:34
수정
2018.10.02 22:5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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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물리학 개척’ 3인 공동 수상

2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왕립과학원에서 노벨위원회 위원들이 2018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장 스크린에 미국의 아서 애슈킨(왼쪽부터), 프랑스의 제라드 무루, 캐나다의 도나 스트릭랜드 등 공동 수상자 사진이 떠 있다.스톡홀름=EPA 연합뉴스
2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왕립과학원에서 노벨위원회 위원들이 2018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장 스크린에 미국의 아서 애슈킨(왼쪽부터), 프랑스의 제라드 무루, 캐나다의 도나 스트릭랜드 등 공동 수상자 사진이 떠 있다.스톡홀름=EPA 연합뉴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레이저 물리학을 개척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55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물리학자가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며 ‘유리천장’을 깼고, 최고령 수상자 기록도 경신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아서 애쉬킨(96) 박사와 사제 사이인 제라드 무루(74) 교수, 도나 스트릭랜드(59) 교수 등 3명을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애쉬킨 박사는 1980년대 미국 벨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광학 집게(optical tweezers)’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레이저 빛을 한 초점에 모으면 주변을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해 미세입자를 붙잡을 수 있다는 현상을 발견, 이를 광학집게로 명명했다. 1987년엔 살아있는 박테리아를 광학 집게로 붙잡는 데 성공했다. 노벨위원회는 “미세입자를 조작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수 ㎛(마이크로미터ㆍ1㎛는 100만분의 1m) 미세입자를 레이저로 포획할 수 있다는 애쉬킨 박사의 생각은 원자 물리학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스티븐 추 박사 등 3명은 레이저로 원자를 동결ㆍ포획하는 방법을 개발, 1997년 노벨물리학상을 탔다. 1922년생인 애쉬킨 박사는 2002년 88세의 나이로 물리학상을 받은 레이먼드 데이비스의 최고령 수상기록을 경신했다.

프랑스 국방성 산하 공대 에콜폴리테크니크의 무루 교수와 캐나다 워털루대 스트릭랜드 교수에 대해 노벨위원회는 “고출력 레이저를 만드는 기술을 발명해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산업ㆍ의학 분야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인 무루와 스트릭랜드 교수는 고출력 에너지를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등 아주 짧은 시간에 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남창의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 레이저과학연구단장은 “펨토초 레이저 기술은 기초과학연구뿐 아니라 라식 수술 등 다방면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무루 교수는 이 연구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트릭랜드 교수가 1963년 이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상자에 선정되면서 노벨물리학상을 탄 여성은 3명으로 늘었다. 1901년 노벨상 제정 이후 물리학상은 올해까지 총 112차례 수여됐다. 수상 인원은 총 209명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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