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한글, 백성에 대한 사랑

입력
2018.10.02 10:29
25면

한글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올해는 세종대왕 즉위 600돌을 맞이하여 ‘한글’과 ‘세종대왕’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다. 매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하던 한글날 기념식을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진행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인 듯하다.

한글을 과학적이고 특별한 문자라고 흔히 말하는데 이에 대한 근거는 ‘훈민정음해례본’에서 찾을 수 있다. 잘 아는 것처럼 ‘한글’의 처음 이름은 ‘훈민정음’이었다. 그리고 이 ‘훈민정음(한글)’을 만든 원리, 사용 방법 등이 모두 기록되어 있는 책이 ‘훈민정음해례본’이다. 한글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책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세계의 문자 중 그 문자를 만든 사람과 시기가 분명히 밝혀진 것은 한글밖에 없는데, 이 모든 것이 ‘훈민정음해례본’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특히 한글 자음은 발음 기관을 고찰하여 만든 것으로, 기본 글자인 ‘ㄱ, ㄴ, ㅁ, ㅅ, ㅇ’은 이 자음들을 발음하는 혀, 입술 등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이다. ‘ㅋ, ㄷ, ㅌ, ㅂ, ㅍ, ㅈ, ㅊ, ㅎ’ 등은 이러한 기본 글자에 획을 단계적으로 더하여 만들었다. 한글을 과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이처럼 음성학에 기반을 두고 체계적으로 글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글은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특별하고 훌륭한 문자라고 할 수 있지만, 진정한 한글의 위대함은 만든 목적에 있지 않나 싶다. 한글을 만든 목적은 훈민정음 서문에 잘 나와 있다. 서문에서는 한자를 몰라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있어도 이를 알리지 못하는 백성을 안타깝게 여겨 새로 글자를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한글은 백성을 향해 군주가 베푼 최고의 사랑인 셈이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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