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학상 수상자, 면역 항암물질 발견…암치료의 새 패러다임 열어

입력
2018.10.01 21:00
수정
2018.10.02 00:2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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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의과대 교수를 암 치료법을 발견한 공로로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진은 이날 스톡홀름 카롤린스카 의대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회장 스크린에 앨리슨(왼쪽), 혼조 교수의 얼굴이 띄워진 모습. 스톡홀름=AFP 연합뉴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의과대 교수를 암 치료법을 발견한 공로로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진은 이날 스톡홀름 카롤린스카 의대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회장 스크린에 앨리슨(왼쪽), 혼조 교수의 얼굴이 띄워진 모습. 스톡홀름=AFP 연합뉴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초석을 마련한 미국과 일본 두 학자에게 돌아갔다. 면역항암제는 현존하는 항암제 중 가장 효과가 좋은 신약으로 전세계 항암시장을 이끌고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제임스 앨리슨(70) 미국 텍사스주립대 MD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本庶 佑ㆍ76) 일본 교토(京都)대 의학연구과 명예교수 2명을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죽이는 암은 인류의 가장 큰 건강 문제 중 하나”라며 “두 연구자는 인체 면역 메커니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관문수용체(immune checkpoint receptor)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해 암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웠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앨리슨 교수는 면역항암제의 핵심 물질인 ‘CTLA-4’를, 혼조 교수는 또 다른 물질인 ‘PD-1’을 각각 발견했다.

암 치료 패러다임은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 그리고 3세대 면역항암제로 발전했다.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를 직접 겨냥하기 때문에 주변의 정상 세포나 주변 조직까지 함께 공격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면, 면역항암제는 면역관문수용체라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앨리슨 교수는 “면역항암요법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이 발견한 물질을 토대로 한 면역항암제는 이미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이필리무밥(상품명 여보이)이 2010년 악성흑색종(피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성공했으며, 2012년 폐암 치료를 위한 니볼루맙(상품명 옵디보)과 펨브롤리주맙(상품명 키트루다)의 개발로도 이어졌다. 특히 이들 면역항암제는 국내에서도 시판 허가를 받았고, 폐암ㆍ악성흑색종을 포함해 다른 암에도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들의 면역관문수용체 발견과 암치료제 개발은 암 완치나 장기 생존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인류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혼조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 출신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5명으로 늘어났고, 전체 노벨상 수상자는 27명(미국ㆍ영국 국적 일본인 3명 포함)이 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혼조 교수는 대학 시절 동급생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암 연구에 매진하게 됐다. 그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중병에서 회복한 사람들이 ‘당신 덕분이다’는 말을 해줄 때 내 연구가 의미가 있다고 느껴져 기쁘다”며 “(나의 수상이) 기초의학 연구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더 기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상금은 900만 크로나(약 11억3,000만원)로 두 사람이 나눠 갖는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 MD앤더스 암센터 교수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 MD앤더스 암센터 교수
혼조 다스쿠 일본 쿄토대 명예교수
혼조 다스쿠 일본 쿄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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