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양승태까지… 사법농단 ‘몸통’ 빗장 풀렸다

입력
2018.09.30 17:26
수정
2018.09.30 23: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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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성ㆍ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도 압수수색

이르면 10월 중순부터 임종헌 및 대법관 줄소환 전망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오후 박병대 전 대법관이 퇴임 후 재직 중인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후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오후 박병대 전 대법관이 퇴임 후 재직 중인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후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 양승태 사법부 최고위층에 대해 검찰이 30일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지난 6월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에 착수한 이래 최고위 전직 법관들에 대한 첫 강제수사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개인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서울 종로구 자택, 퇴임한 박병대ㆍ차한성 전 대법관이 각각 현재 근무 중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과,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고, 차량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8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재판거래 및 개입, 판사 뒷조사(블랙리스트) 등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내리거나 보고를 받은 정점에 이들이 있다고 판단, 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차한성(2011년 10월~2014년 2월)ㆍ박병대(2014년 2월~2016년 2월)ㆍ고영한(2016년 2월~지난해 5월) 전 대법관이 순차적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및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맡았던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 관련 특허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일선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과정에 개입하거나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평의 내용 등을 빼돌리는데도 박 전 대법관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각급 법원 공보관실에 배정된 예산을 허위 증빙 서류를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있다.

고 전 대법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과 현직 판사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부산 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법농단 수사 발단이 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ㆍ실행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 강제징용 소송을 두고 청와대 측과 재판거래를 위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검찰은 광범위한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에 양 전 대법원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장들이 양 전 대법원장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이르면 10월 중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시작으로 전직 대법관을 잇달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의 영장 줄기각에 검찰이 저인망식 수사로 전환해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법원 최고위층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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