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전에 막아라” 삼성 노조 파괴 공작 32명 재판에

입력
2018.09.27 16:50
수정
2018.09.27 19: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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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 부장검사가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공작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 부장검사가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공작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을 수사한 검찰이 이상훈(63)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삼성그룹과 계열사 전ㆍ현직 임직원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목장균(54) 삼성전자 전 노무담당 전무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이 의장 등 28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32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7일 밝혔다. 이 가운데 삼성 전ㆍ현직 임직원과 자문위원만 19명에 달했다. 이들에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 수사 결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이 컨트롤타워로 노조 와해 공작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전실이 작성한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조가 생기고 나면 와해시키기 어렵고,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사전 예방만이 최선”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미전실은 매년 노조 와해 전략인 ‘그린화 전략’을 수립해 각 계열사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노조 와해 전략의 골자는 ▦협력업체 기획폐업과 조합원 재취업 방해 ▦개별면담 등으로 노조탈퇴 종용 ▦조합원 임금삭감 ▦단체교섭 지연 등이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재산과, 임신 여부, 정신 병력 등 개인정보를 확보한 뒤 이를 노조 탈퇴 회유과정에 쓴 것으로도 조사됐다.

외부세력도 동원됐다. 2013년 7월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협상을 위임받은 경총은 지연 전략을 폈고, 경찰청 정보국 간부는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교섭에 참여해 사측에 유리한 협상을 이끌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정책보좌관 출신 노사관계 전문가는 삼성과 계약을 맺고 노조 고립 전략 등을 세웠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은 2013년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S 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대해 부인해 왔지만 실제로는 같은 내용의 문건을 매년 작성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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