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화자찬에… 비웃고 폭소 터진 유엔 총회

입력
2018.09.26 16:45
수정
2018.09.26 19: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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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유엔총회 연설을 마치고 연단을 떠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유엔총회 연설을 마치고 연단을 떠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년 차 유엔 총회 연설 도중, 웅성거리는 소리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년도 채 안 돼 미국의 역대 대부분 정권보다 많은 것을 이뤄냈다. 진짜다”라고 주장하자, 각국 대표단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중들 반응에 당황한 듯 머쓱한 표정으로 혀를 내밀었고 “그런 반응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이내 웃음은 폭소로 바뀌었고, 응원하는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 연설에서 자신의 신념인 미국우선주의와 그 성과를 제차 역설하며 국제기구와 다자주의 외교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미국인이 통치한다. 우리는 국제주의란 이념을 배격하고 애국주의 원칙을 끌어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자주의 외교의 심장이자 모든 국제기구의 중심인 유엔 총회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와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냉담하게 반응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런 연설은 트럼프의 지지자를 열광시키는 단골 메뉴지만 적어도 이날 일부 세계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비웃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후 청중을 웃기려고 한 말이었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했지만,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와 강경 일변도 외교가 효과를 잃어가는 신호라고 혹평했다.

이날 주요 세계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35분간의 연설 대부분을 할애해 비판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선봉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외교에 무지한 인물로 묘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JCPOA)에서 탈퇴한 것을 두고 “다자주의에 맞서는 것은 강점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성에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복잡하게 상호 연결된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이 없다”고 성토했다.

다른 지도자들도 냉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 회원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가장 강한 자들의 법”에 맞서자며 다자주의와 국제 연대 활동을 옹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적자생존과 보호무역, 고립주의는 긴장만 늘릴 것”이고 “민족주의는 실패만을 낳을 것”이라며 각국 정상들에게 역사의 기본 원리로서 다자주의를 수호할 것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개막 연설에서 “세계가 신뢰결핍장애를 겪고 있다”면서 세계 문제의 해법은 오로지 유엔을 중심으로 한 ‘규칙에 입각한 질서’에 힘을 싣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의 해법을 내놓은 셈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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