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키맨’ 내달 잇달아 소환... 수사 속도

입력
2018.09.27 00:40
수정
2018.09.27 00:5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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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사법농단 의혹별 주요 관련자=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사법농단 의혹별 주요 관련자=김경진기자

사법농단 의혹에 관련된 전ㆍ현직 법관에 대한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 탓에 지연됐던 검찰 수사가 연휴 이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소환을 시작으로 윗선을 노리는 ‘수사 본편’의 막이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26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다음달 중순부터 수뇌부와 실무진을 연결했던 ‘키맨’인 임 전 차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 등 대법관 및 법원장급 최고위 전직 법관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전까지 소환 조사를 받은 법원 전ㆍ현직 고위직인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나 유해용 전 수석재판연구관 등은 이들을 불러내기 위한 연결고리였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핵심고리인 임종헌 전 차장을 불러내는 순간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후보 0순위였던 전직 행정처 차장(고등법원장급)을 소환한다는 것은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뜻한다. 고위 관계자를 소환할 때는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검찰 내부 ‘룰’에 근거하자면 ‘임 전 차장 소환=구속영장 청구’라고 봐도 무방하다.

임 전 차장이 윗선의 지시 여부에 대해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 수사 속도가 달라질 수 있으나,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 결과를 토대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 외에도 사법농단에 해당하는 정황을 여럿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속도전을 포기하고 하나하나 확인해서 접근하는 저인망전략을 택하면서, 수사 기간은 예정보다 훨씬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수사는 생물이라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시일을 정해 놓고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재판 독립을 훼손한 사법부의 부적절한 행태를 근절할 때까지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안에서는 사법농단 수사가 연말을 넘겨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현재 지연전략으로 버티고 있는 법원 입장에서도 검찰 수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소수의 미꾸라지가 조직을 부끄럽게 하듯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은 많지 않다”면서도 “산더미 같은 재판기록을 뒤지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애써왔던 대다수 판사들의 재판에 영향이 미칠 것 같다”고 탄식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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